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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월드컵 중계 독점은 JTBC가 재정 능력 대비 과욕을 부린 무리한 베팅입니다. JTBC가 '몽니'를 부리기보다 공생 관계로 협의할 것입니다."(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법에 규정된 보편적 시청권을 인식해서라도 개인 이익만 추구하기보다 적당한 범위에서 협상을 이끌어내야 합니다."(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JTBC가 중계권 독점으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본 것인데, 이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범람하고 광고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현 방송 환경을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지난달 22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이 막을 내린 가운데 JTBC에 대해 '역대급 중계 흥행 실패'라는 책임론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JTBC의 방송 환경을 이해하지 못한 무리한 중계권 과욕이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했다고 진단했다. 중계권 문제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6 북중미 월드컵'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에서도 독점 중계를 막는 데 나서고 있다.

2007년 방송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보편적 시청권'은 월드컵·올림픽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주요 행사를 소득이나 거주 지역과 무관하게 누구나 실질적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적 권리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금메달리스트 최가온./뉴스1

◇ 지상파 노조 "비싸게 계약한 중계권 함께 떠안는 것은 무리"

JTBC는 지난 2019년에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열릴 모든 올림픽과 월드컵의 중계권을 사들였다. 이에 지난달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과 올해 6월 예정된 '2026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했다.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은 지상파에서 중계되지 않은 첫 동계 올림픽이다. JTBC는 당초 지상파 3사(KBS·MBC·SBS) 등을 상대로 중계권 재판매 공개 입찰에 나섰지만, 협상 과정에서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으면서 JTBC 단독으로 동계 올림픽 TV 중계가 이뤄졌다. JTBC는 북중미 월드컵 국내 단독 중계권을 놓고도 지상파 3사에 재판매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양측 간 제시 금액 차이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지상파 노조들은 JTBC가 중계권을 비싸게 확보한 책임을 함께 부담하기에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KBS 소수 노조인 같이(가치)노동조합은 지난 6일 '수신료로 JTBC의 도박 빚을 갚을 순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JTBC가 지상파 3사의 계약보다 훨씬 많은 돈을 IOC와 FIFA에 약속했다고 하는데, JTBC 경영진의 판단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사운을 건 도박을 했고, 이제 그 도박 빚에 허덕이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중계권 재판매 협상은 한마디로 비싸게 계약한 중계권을 같이 떠안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말은 그럴듯하지만, 본질은 한 유료 민영 방송의 잘못된 경영 판단을 공적 재원, 시청자의 수신료로 메워보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노조 MBC본부 역시 "이번 (올림픽) 중계 파행을 빌미로 다가올 월드컵에서 공영방송이 JTBC의 무리한 요구를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면, 우리는 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중계권 독점 시대 저물어… 해외도 마찬가지"

전문가들은 대체로 JTBC의 중계권 독점은 무리한 판단이었다고 진단했다. 향후에는 스포츠 중계권을 컨소시엄 형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JTBC의 중계권 독점은 보편적 시청권 측면에 저촉되고 국부 유출 측면에서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향후 지상파, 종편, OTT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은 스포츠 중계권을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방송 산업이 고사 위기인 상황에서 JTBC가 무리를 했는데, 현 시대 흐름에서는 어느 방송사가 중계권을 따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이익을 추구하려면 파트너십을 통해 중계권을 따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방통위 산하 보편적 시청권 보장 위원회 위원 출신이다. 방송법에 따라 설치된 보편적 시청권 보장 위원회는 모든 국민이 국가적 체육 행사를 볼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위원회다.

해외에서도 한 방송사가 중계권을 독점하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중계권으로 떼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며 "영국도 지상파 중심으로 중계권을 독점하다가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홍식 교수는 "일본도 공영방송 NHK를 중심으로 컨소시엄 형태로 스포츠 중계권을 따낸다"며 "컨소시엄 형태가 더 많은 국민이 시청하고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하는 길"이라 말했다.

JTBC가 결국 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안정상 겸임교수 역시 "북중미 월드컵까지 시간이 빠듯한 상황에서 JTBC 역시 현재의 재정 상황으로 중계권 독점을 끝까지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봉 교수는 "JTBC도 결국 현재의 재정 상황에서 끝까지 중계권 독점을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방미통위가 적극적으로 나서 중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중계권 독점 해결 방미통위원장 첫 시험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동계 올림픽과 관련, "과거 국제 대회에 비교하면 사회적 열기가 충분히 고조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다"며 "북중미 월드컵도 예정돼 있는데 국제적 행사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폭넓게 보장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역시 지난달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북중미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의 보편적 시청권 확보를 위한 중계권 재판매를 위해 행정 지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 시청권이 제약이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 지난 업무 보고 때도 개인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며 "제도적 개선 방안은 검토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방미통위는 이달 20일 방미통위원장을 중심으로 월드컵 중계권 문제와 보편적 시청권 보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6년 북중미 월드컵 중계, 국민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공개 시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정치권 역시 움직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편적 방송 수단을 '국민이 무료로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으로 정의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동·하계 올림픽, 월드컵 등의 행사를 일반 국민이 유료 방송 이용 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지난 2일 대표 발의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스포츠 행사에 대해서는 방미통위가 중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며 "중계권 독점 해결은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