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 미국 마이크론이 2026 회계연도 3분기(2026년 3~5월) 매출 전망치로 335억달러(약 50조4175억원)를 제시했다. 이는 2024 회계연도에 기록한 연간 매출액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 기간 매출총이익률은 약 81%를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3강으로 꼽히는 마이크론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풍향계'로 불린다.
마이크론은 18일(현지시각) 2026 회계연도 2분기(2025년 12월~2026년 2월) 매출이 238억6000만달러(약 35조9093억원)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96배 성장하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전망치(200억7000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이다. 클라우드 메모리(CMBU)·데이터센터(CDBU)·모바일(MCBU)·전장(AEBU) 등 4대 핵심 사업 부문 모두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다음 분기 매출 전망치 역시 시장 예상치(243억달러)보다 높은 수치를 제시하며 실적 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강력한 인공지능(AI) 수요와 공급 부족, 탁월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2분기에 매출·총마진·주당순이익(EPS)·잉여현금흐름 등 모든 부문에서 신기록을 달성했다"며 "3분기에도 상당한 기록 경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의 일반회계원칙(GAAP)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은 161억3500만달러(약 24조2832억원)로, 전년 동기(17억7300만달러) 대비 810%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1년 사이 22.0%에서 67.6%로 45.6%포인트(P) 올랐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682% 증가한 12.2달러로, 월가 예상치인 9.31달러를 크게 앞질렀다.
마이크론은 D램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207% 증가한 188억달러(약 28조2940억원)를 기록하며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AI 시장 요구에 맞춰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 D램을 쌓아 제작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실적이 포함된다. 마이크론의 D램 재고 일수는 120일 미만으로 "매우 타이트한 상태"라고 밝혔다. 전체 매출 중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79%, 낸드플래시는 21%로 나타났다.
◇ "HBM4 출하, HBM4E 내년 양산"… 주도권 다툼 치열
메흐로트라 CEO는 마이크론이 다음 분기에도 실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전망하며 "AI는 단순히 메모리 수요를 늘린 것이 아니라, 결정적인 전략적 자산으로서 위상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메모리 수급 제한이 유지돼 비트 출하량 기준 D램은 20% 초반대, 낸드는 약 20%의 시장 성장을 전망하며 "마이크론의 공급 성장률도 산업 평균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비트 출하량은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량·판매량을 제품의 개수가 아닌 데이터 저장 용량(비트·bit) 단위로 환산한 수치를 말한다. 마이크론은 이런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2분기 설비투자(CAPEX)에 50억달러(약 7조4300억원)를 집행하는 등 생산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실적 발표에 앞서 6세대 HBM(HBM4) 12단 36기가바이트(GB)를 지난 1분기부터 양산 출하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 HBM4가 "엔비디아 베라 루빈을 위해 설계됐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올해 출시하는 AI 칩 베라 루빈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HBM4가 들어간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메흐로트라 CEO는 특히 1-γ(감마) 공정에 대해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성숙 수율에 도달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감마는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6세대 공정으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 HBM4에 적용한 1c D램과 비슷한 방식의 기술이다. 다만 마이크론은 HBM4를 1-감마의 이전 세대인 1-β(베타) 공정으로 생산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또 HBM4 16단 48GB 샘플도 고객사에 출하한 상태라고 밝혔다. 7세대 HBM(HBM4E)에 대해서는 "2027년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16일(현지시각)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GTC 2026)에 이어 전날 주주총회장에서 HBM4E 실물을 공개한 바 있다. 마이크론이 차세대 HBM 양산에 대한 구체적 일정을 내놓으면서 메모리 기업 사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마이크론이 큰 폭의 매출 증가를 이루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 성장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매출 115조4874억원, 영업이익 36조448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5.9%, 영업이익은 445.2% 증가할 것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45조4853억원, 영업이익 30조672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57.9%, 영업이익은 312.2% 증가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사업 구조는 삼성전자 메모리 부문과 SK하이닉스와 유사해 시장 상황에 영향도 동일하게 받아 실적의 등락은 물론 주가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며 "마이크론의 이번 실적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성장 기대감을 키우는 데 충분한 지표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