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연합뉴스

생성형 인공지능(AI) 산업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저작권 침해와 딥페이크 등 법적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된 소송이 100건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늘면서, AI 기업들이 기술 경쟁을 넘어 법적 대응과 규제 리스크 관리라는 새로운 부담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업계와 미국 연방법원 자료를 종합하면 이달 기준 생성형 AI 관련 저작권 소송은 91건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아동 성착취물(CSAM) 및 딥페이크 관련 소송까지 포함하면 전체 AI 관련 소송은 96건이다. 2024년 말 약 30건 수준이던 소송이 1년여 만에 세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사실상 산업 전반이 '집단 소송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가장 큰 축은 저작권 침해 소송이다. 언론사와 출판사, 작가, 예술가 등이 AI 기업을 상대로 훈련 데이터 무단 사용과 출력물의 원문 복제를 문제 삼고 있다. 16일(현지시각)에는 브리태니커와 메리엄-웹스터가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분쟁이 한층 격화됐다. 이들은 약 10만건에 달하는 자사 콘텐츠가 무단으로 수집돼 대규모언어모델(LLM) 훈련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소송은 단순한 데이터 학습을 넘어, AI가 답변 과정에서 원문을 그대로 또는 일부 복제해 출력하고 검색 기반 생성(RAG) 과정에서 콘텐츠를 활용해 트래픽과 수익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을 핵심 쟁점으로 삼고 있다. 브리태니커 측은 "AI가 언론·출판 콘텐츠를 대체하면서 웹사이트 방문과 수익을 빼앗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 시카고 트리뷴 등 주요 언론사들도 이미 유사한 논리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소송의 핵심 쟁점인 '훈련 데이터의 공정 이용' 여부가 아직 명확한 판례로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5년 앤트로픽 사건에서는 모델 학습 자체는 변형적 이용으로 인정받았지만, 해적본 데이터를 다운로드한 행위는 위법으로 판단돼 약 15억달러 규모의 합의가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이 판례가 향후 소송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딥페이크와 아동 성착취물 관련 소송도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같은 날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는 자사 AI 모델 '그록(Grok)'이 미성년자 사진을 기반으로 성적 이미지를 생성했다는 이유로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당했다. 원고 측은 xAI가 다른 AI 기업들이 적용하고 있는 '실존 인물 누드 생성 차단'과 '연령 필터'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도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고등학교 졸업앨범 사진 등이 변형돼 성적 이미지로 유포됐으며, 일부는 디스코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고 측은 xAI 모델이 제3자 앱에서도 활용된 만큼, 모델과 서버를 제공한 기업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별 피해를 넘어 AI 산업 전반에 규제 압박을 확산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DPC)가 조사에 착수했으며, 미국에서도 AI 기반 성착취물 규제 법안이 강화되는 등 정책 대응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법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AI 기업들의 수익성 문제도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생성형 AI 모델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GPU 인프라가 필수적인데, 이에 따른 투자 비용이 수십억달러 규모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송 대응 비용과 잠재적 배상금까지 더해지면서 비용 구조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신용평가 기관들은 AI 인프라 투자와 관련한 '숨겨진 부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임대나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한 투자 구조가 재무제표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소송 리스크와 결합될 경우 재무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명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공지능안전연구소장은 "미국에서 생성형 AI 저작권 소송이 합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은 기업들이 소송에서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정 이용은 저작권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아야 하는데, 생성형 AI는 미디어와 영업 영역이 직접 충돌하는 구조라 핵심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구조에서 합의가 늘어난다는 것은 비용 부담이 구조적으로 커진다는 의미"라며 "결국 기업이 감당한 비용은 AI 이용료 인상 등 형태로 사용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