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6' 전시장을 누비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부스를 연이어 방문해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성능 경쟁의 핵심 변수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떠오른 가운데, 양사가 엔비디아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위상을 직접 드러낸 행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16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TC 전시장에서 오후 5시쯤 삼성전자 부스를 먼저 찾았다. 그는 조상연 DSA 총괄 부사장과 만나 "훌륭한 파트너십"이라며 "삼성은 세계 최고"라고 평가했다.
조 부사장이 황 CEO에게 최근 양산을 시작한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코어다이를 내보이며 "이것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HBM4"라고 소개하자, 황 CEO는 "승인해야겠습니다. 승인이 필요하신가요?"라고 물으며 제품에 서명했다.
황 CEO는 이어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되는 AI 추론용 그록(Groq) 칩 웨이퍼에도 서명했다. 메모리뿐 아니라 제조 영역까지 협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현장을 떠나며 "가자(GO), 삼성"이라고 외치는 모습도 연출됐다.
약 30분 뒤 이동한 SK하이닉스 부스에서는 보다 친밀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황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환담을 나누며 "여러분은 완벽하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HBM4와 서버용 저전력 메모리 모듈이 탑재된 AI 시스템 시제품에 '젠슨♡SK하이닉스'라는 문구를 남기며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이번이 GTC 첫 방문인 최 회장은 지난 2월 실리콘밸리에서 황 CEO와 '치맥' 회동을 가진 데 이어 한 달여 만에 다시 만나 파트너십을 이어가게 됐다. 최 회장은 전시장을 이동하던 중 황 CEO의 딸인 매디슨 황 엔비디아 제품 마케팅 총괄을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황 CEO는 이날 주요 메모리 기업 전시관을 연이어 방문하며 공급망 파트너를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면서 데이터 처리 병목을 해소하는 HBM 확보가 핵심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협력사들과의 관계를 대외적으로 부각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기조연설에서도 같은 메시지가 이어졌다. 황 CEO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직접 언급하며 "삼성이 우리를 위해 LPU 칩을 생산하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AI 플랫폼에 필요한 메모리뿐 아니라 제조까지 담당하며 역할을 확대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협력 축은 반도체를 넘어 모빌리티로도 확장됐다. 황 CEO는 현대자동차와의 협력을 언급하며 레벨4 수준 자율주행 기술 개발 계획을 밝혔다. 엔비디아 AI 플랫폼과 차량 기술을 결합해 로보택시 등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GTC 현장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메모리와 파운드리 중심의 AI 공급망이 본격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제조를 아우르는 '토털 공급자'로, SK하이닉스는 고성능 메모리 중심의 핵심 파트너로 각각의 역할을 공고화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젠슨 황 CEO의 동선 자체가 AI 시대 공급망의 우선순위를 드러낸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