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과 유료방송 시장 침체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한 가운데, 정부에 납부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이 업계 전체 영업이익을 웃도는 역전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업황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매출을 기준으로 기금이 부과되면서 업계에서는 "기금을 내고 나면 적자"라는 하소연까지 나옵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딜라이브는 지난해 부과된 방발기금을 기한 내 완납하지 못했고, 올해 초 일부만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딜라이브에 부과된 방발기금은 2024년 방송 매출 3009억원의 1.5%인 약 45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딜라이브 영업이익이 1억7982만원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의 25배에 달하는 비용이 방발기금으로 부과된 셈입니다.
딜라이브는 2023년까지만 해도 약 5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유료방송 시장 침체 여파로 2024년에는 영업이익이 1억원대로 급감했습니다. 반면 방발기금은 큰 폭으로 줄지 않았습니다. 방발기금은 방송 매출의 1.5%를 기준으로 부과되는데, 딜라이브의 방송 매출은 2023년 3060억원에서 2024년 3009억원으로 1.6% 감소하는 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문제는 개별 사업자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전체 SO의 방송사업 영업이익은 2014년 4500억원에서 2024년 149억원으로 10년 새 약 97% 급감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9.3%에서 0.9%로 떨어졌습니다. 사실상 돈을 거의 남기지 못하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반면 2024년 SO들이 정부에 납부한 방발기금은 257억원에 달했습니다. 업계 전체 영업이익보다 108억원 많은 규모입니다. 사업으로 번 돈보다 더 많은 기금을 낸 셈입니다. 케이블TV 업계에서는 "기금을 내고 나면 적자로 돌아서는 회사가 적지 않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실제 경영 상황도 심각합니다. 2024년 기준 전국 90개 SO 가운데 38곳이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업계는 아직 전체 집계가 나오지 않은 2025년에는 적자 사업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가입자 감소와 광고 부진, 콘텐츠 비용 부담이 겹친 상황에서 OTT 확산까지 이어지며 전통 유료방송 사업 기반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가 특히 반발하는 대목은 방발기금 부과 방식입니다. SO는 흑자 여부와 관계없이 방송매출의 1.5%를 기금으로 내야 합니다. 수익이 나지 않아도 매출만 발생하면 의무 납부 대상이 됩니다. 원래 1%였던 부과율은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시 개정으로 1.5%로 올랐습니다. 업계에서는 케이블TV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금 감소를 막기 위해 부과율만 높인 것 아니냐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홈쇼핑 업계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기금을 내는 반면, SO는 매출 기준으로 부담을 지고 있어서입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같은 방송 생태계 안에서도 부담 구조가 지나치게 다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SO에 대한 방발기금 부과 기준을 매출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꾸는 방안은 법 개정 없이 고시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고시를 개정하고,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면 되는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케이블TV 업계는 현재 위기가 단순한 사업 부진이 아니라 제도와 시장 환경 변화가 겹친 구조적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KBS 등 공영방송은 공공성을 이유로 방발기금을 3분의 1 감경받고 있지만, SO는 지역 채널 운영 등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도 징수율 인하나 감경 혜택이 없는 상황입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최소한 적자 사업자에 대한 감면이나 부과 기준 조정이 없으면 지역 기반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황희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도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위기는 개별 사업자 문제가 아니라 정책 공백이 초래한 구조적 위기"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