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대만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산업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이 70%를 넘어선 반면, 삼성전자는 7%대에 머물며 양사 간 격차가 60%포인트(P) 이상 벌어졌다. 첨단 반도체 생산의 상당 부분이 대만에 묶여 있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인 대만 신주과학단지 TSMC 부지 앞./AP연합뉴스

◇ TSMC-삼성 격차 63%p… ‘독주’ 체제 굳어지나

1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작년 4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0.4%에 달했다. 반면 2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2%에 그쳤다. 양사 간 격차는 63.2%P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첨단 공정에서는 격차가 더욱 뚜렷하다. 업계에서는 5나노(nm) 이하 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의 90% 이상이 대만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군사 시스템 등에 사용되는 핵심 칩이 대부분 이 공정에서 생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TSMC는 단순한 제조 기업을 넘어 공정 표준과 가격을 사실상 결정하는 위치에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 美 재무장관 “대만은 세계 경제의 ‘단일 실패 지점’”

전문가들은 AI 산업의 성장으로 공급망 집중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마테오 발레로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센터 소장은 "대만의 파운드리 모델은 전 세계 반도체 설계 기업의 기반이 됐다"며 "AI 시대가 깊어질수록 대만의 기술 허브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정책 당국에서도 공급망 편중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단일 실패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은 첨단 칩의 90% 이상이 대만이라는 단일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라며 공급망 편중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TSMC의 영향력은 수익 구조에서도 확인된다. 회사는 지난해 4분기 62.3%의 매출총이익률을 기록했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 속에서 첨단 공정 주문이 집중되며 높은 가격 결정력을 확보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 TSMC, 73조원 투자 확대 ‘초격차’ 굳히나… 인프라 부담은 변수

TSMC는 2026년 설비투자(CAPEX)를 최대 550억달러(약 73조원)로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공정 투자뿐 아니라 AI 칩 생산의 병목 구간으로 지목되는 CoWoS(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 패키징 생산 능력도 대폭 늘린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러한 구조는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인프라가 특정 지역 생산 능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대만의 자연재해나 전력 문제 등이 글로벌 IT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 내부에서도 인프라 부담이 커지고 있다. TSMC는 현재 대만 전체 전력의 약 9%를 소비하고 있으며, 첨단 공정 확대에 따라 2030년에는 12%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용수 부족과 반도체 전문 인력난 역시 산업의 장기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향후 파운드리 경쟁은 2나노 이하 공정과 첨단 패키징 기술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며 "삼성전자 역시 GAA(Gate-All-Around) 공정을 기반으로 반전을 시도하고 있지만, TSMC 중심으로 형성된 생태계가 단기간에 흔들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