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뉴스1

올해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는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이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초호황기가 1~2년 정도 지속된 후 다시 불황기에 접어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열풍 이후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생산 설비 확대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과거 수요 예측에 실패해 과잉 투자가 대규모 적자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진을 비롯해 사업지원실 등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오는 2028년부터 반전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광풍에 따른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반면 과잉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사업효율화가 중대한 과제로 떠올랐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군과 첨단 공정 전환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도 예측 불허의 수요 부진에 대한 대비책이 절실해졌다는 의미다. AI 광풍 이후 메모리 수요가 불규칙하고 공급 주기도 짧아지고 있어 정확한 생산 규모와 이에 필요한 투자를 산정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의 경우 D램과 HBM 물량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에 이견의 여지가 없다.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을 비롯한 빅테크들의 HBM 수요가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D램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전체 D램 매출의 절반 이상이 HBM에서 발생하고 있다. 두 기업은 점점 더 많은 물량을 HBM에 할당하고 있고 이에 스마트폰, PC, 서버용 D램은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화성사업장에서 차세대 D램 공정 전환을 진행하고 있으며 신규 생산 라인 증설도 병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까지 10나노 5세대(1b) D램 공정 전환을 이어가는 동시에 평택 공장을 중심으로 신규 라인 증설을 통해 10나노 6세대(1c) D램 생산 능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제한된 공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이천과 청주, 용인 등 주요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메모리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신규 공장인 M15X에서 차세대 D램 생산 라인 구축이 진행 중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도 두 기업의 생산 능력 확대에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용인 클러스터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조성될 예정이며, 인프라 구축과 공장 건설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용인 클러스터 1단계 투자 이후 추가 공장 건설과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28년에는 2단계 투자로 생산 공간이 더 확장될 수 있다.

관건은 미국 마이크론이 D램 생산 라인 확대를, 일본 키옥시아와 중국 YMTC 등은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론은 대만, 싱가포르, 미국 등지에 D램 생산 라인 증설에 나서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HBM 물량을 늘리기 위해 대규모 장비 발주에 나섰다. 생산 라인 구축에 통상 2년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8년부터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모든 메모리 기업들의 생산 능력 체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셈이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현재 속도라면 D램보다 빠르게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D램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강 구도라면 낸드플래시의 경우 세 기업뿐만 아니라 키옥시아를 비롯해 중국 YMTC도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끌어올려 시장 플레이어가 많아졌다. 이에 최근 수년간 낸드는 가격 경쟁이 심화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불과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이 같은 호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정도로 반도체 시황에 대한 예측과 투자 계획 수립이 어려워졌다"며 "삼성 사업지원실이 철저한 검증과 시장 예측에 맞는 투자를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