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으로 맞춤형 반도체(ASIC)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 디자인하우스(DSP) 등도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브로드컴 같은 공룡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가격 대비 성능과 틈새시장을 위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디테크놀로지, 에이직랜드, 가온칩스 등을 비롯해 디자인하우스 기업들이 해외 고객사들을 중심으로 ASIC 수주와 협력 사례를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협력사인 주요 디자인 하우스들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ASIC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의 설계를 파운드리 양산에 맞게 구현하는 역할을 맡는다. 설계와 제조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다만 사업 특성상 단가와 이익률이 제한되고 고객군을 단기간에 확대하기가 어렵다. 반면 AI 인프라 확대로 데이터센터 중심 맞춤형 칩 수요가 커지면서 설계, 제조 노하우를 ASIC 사업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세미파이브의 경우 디자인하우스 역량을 무기 삼아 맞춤형 반도체 시장에서 솔루션 제공 업체로서 해외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고객사 14곳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외에도 수십개의 잠재 고객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 규모도 꾸준히 늘리며 지난 2024년 말 기준으로 1238억원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세미파이브 관계자는 "미국·일본 등 해외 수주가 확대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의 절반이 해외에서 발생했다"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기술력이 올라오면서 샘플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이 늘었고, 이를 통해 생산량이 늘면서 국내 디자인하우스 업황도 점점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최대 디자인하우스 협력사 중 하나인 에이디테크놀로지도 최근 독일 프라운호퍼 집적회로 연구소와 4나노급 맞춤형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는 등 ASIC 분야에서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두 회사는 4나노급 첨단 공정 기반 설계 협업을 통해 고성능·저전력 특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맞춤형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할 예정이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국내 디자인하우스 중 가장 오래된 23년의 업력과 800건 이상의 설계·테이프아웃(tape-out) 경험을 가진 업체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매출액 1645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는 2나노, 4나노 등 첨단 공정을 중심으로 수익성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 파운드리 협력사인 가온칩스도 ASIC 시장 확대에 맞춰 첨단 공정과 시스템온칩(SoC)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전략 조직을 신설하는 한편 맞춤형 반도체 전문 인력을 적극 영입하며 해외 수주 기반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생산 안정성과 역량이 강화될수록 협력사인 디자인하우스들도 함께 수혜를 누리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기 시작했다"며 "빅테크 외에도 맞춤형 칩을 원하는 수많은 해외 기업을 디자인하우스들이 삼성 파운드리로 끌고 오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