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앱 서비스들이 초기 시장 확산 이후 사용자 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AI 산업의 실질적인 수익성 창출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천문학적인 설비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용자 이탈 속도가 일반 앱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AI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12일 구독 관리 플랫폼 업체 레버뉴캣(RevenueCat)의 '2026 구독형 앱 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AI 기반 앱의 연간 유지율은 21.1%로 비(非) AI 앱(30.7%)보다 9.6%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월간 유지율 역시 AI 앱이 6.1%로 비AI 앱(9.5%)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유료 구독자의 이탈 속도도 AI 앱에서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레버뉴캣은 AI 앱 구독자의 연간 구독 취소 속도가 비AI 앱보다 약 30% 빠르다고 분석했다. 환불률 역시 AI 앱이 비AI 앱보다 약 20% 높았으며, 일부 서비스에서는 환불률이 15.6%에 달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레버뉴캣은 "AI 앱은 무료 체험에서 유료 결제로 전환되는 비율은 높지만 장기적인 사용자 가치와 경험 측면에서는 변동성이 크다"며 "수익의 변동성이 높고 장기적인 서비스 품질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I 앱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실제 수익성 확보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생성형 AI 모델을 운영하려면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해 기업들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AI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요 IT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임대와 관련한 대규모 비용을 장부 밖에서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특수목적법인(SPV)을 활용하거나 임대 갱신 비용을 공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실제 재무 부담이 재무제표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디스는 "이러한 잠재 부채를 반영해 기술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재평가할 수 있다"며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숨겨진 부채가 현실화될 경우 재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기업의 기업가치 평가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며 기업가치가 약 8500억달러(약 1253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이는 올해 예상 매출 대비 약 28배 수준으로 매출 대비 약 12배 수준에서 거래되는 엔비디아와 비교하면 높은 평가도 나온다. 공매도 투자자로 알려진 짐 차노스는 "엔비디아는 독점적 지위와 높은 이익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갖추고 있지만 오픈AI는 막대한 데이터센터 투자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며 "왜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학계에서도 AI 투자 열풍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미국 경제 성장의 약 3분의 1이 AI 투자에 의해 유지됐다"면서 현재 상황을 'AI 거품'으로 규정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기술적으로 성공하더라도 글로벌 빅테크와 중국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면 기대했던 만큼의 이익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며 "AI 투자 거품이 붕괴할 경우 거시경제 전반에 단기적인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AI 산업의 성장성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는 최근 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73% 증가한 681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엔비디아가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8%가 AI 도입이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고 답했고 86%는 향후 AI 관련 예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팅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에이전트형 AI 전환점이 도래했다"며 "AI 인프라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