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민족 대명절인 춘절을 전후로 범용 D램과 낸드 가격이 최대 3배 가까이 급등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메모리 쇼티지(공급 부족) 현상이 최소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온라인 웨비나를 통해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춘절 전후로 64GB(기가바이트) 서버용 D램 모듈(RDIMM) DDR5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50% 상승했다. 모바일용 12GB LPDDR5X는 130%,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범용 8GB SO-DIMM DDR4는 구형 제품임에도 180% 급등했다. 낸드 제품군 역시 130~150% 상승하며 이례적인 가격 급등세를 보였다.
이 같은 공급 부족 현상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가 연간 80조~90조원 수준의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하고 있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황민성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위원은 "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창신메모리(CXMT), 난야테크놀로지 등 주요 D램 업체들의 생산량은 약 26% 증가하고 낸드는 2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2027년 하반기 전까지는 의미 있는 공급 확대가 어렵고, 공급 부족 해소 시점은 2027년 하반기 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점유율 경쟁보다 수익성 경쟁이 핵심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는 HBM 출하량과 매출 기준 약 60% 점유율로 시장을 주도했지만 올해는 점유율이 일부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황 연구위원은 "HBM4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약진이 예상된다"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용 HBM4 제품 설계를 일부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어 이를 얼마나 빠르게 정상화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메모리 업체들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커스텀 HBM 등 맞춤형 인공지능 반도체(ASIC) 생산을 일부 축소하고 범용 메모리 생산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황 연구위원은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의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에도 가격이 크게 꺾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적으로 메모리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기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 증가와 자본 비용 상승 등을 통해 반도체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부상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황 연구위원은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의 시장 점유율은 2028년 10%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중국 낸드 업체 양쯔메모리(YMTC)의 점유율은 이미 13% 수준에 이르렀다"며 "과거에는 대만 기업과 경쟁했다면 지금은 막대한 보조금과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가진 중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