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인한 물류비·원자재 가격 부담,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완제품 고객사의 출하량 감소와 판가 인하 압박 등에 직면하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 수장들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부담이 커진다"고 우려를 전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진행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KDIA) 정기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해 물류비는 당연히 상승하고, 그다음에는 에너지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석유로 만들어지는 필름 등 원자재가 많다. 현실화되는 시점이 되면 원가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은 상황은 모두가 동일하게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어떻게 더 경쟁력을 가져가는 지가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원가 구조를 혁신하고 협력사들과 같이 노력해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중동 전쟁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유가와 물류비가 상승하고 있는 점이 올해 디스플레이 산업 전망을 위협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 사장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이 사장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짧은 시간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를 쓰는 분들이 굉장히 힘들어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극복할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사장은 8.6세대 IT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대해서도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8.6세대 OLED는) 전체적으로 잘 진행이 되고 있다"며 "IT용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시장이 다시 붐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적인 논의는 계획대로 잘되고 있다"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1월 고객사에 업계 최초로 8.6세대 OLED 유상 샘플을 출하한 바 있다.
8.6세대는 기존 6세대보다 2.25배가량 큰 유리 기판을 사용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양산을 목표로, 2023년 4월 약 4조1000억원을 투자해 월 1만5000장 규모의 생산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 3월부터 전임 협회장인 최주선 삼성SDI 사장(전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의 뒤를 이어 제10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다.
이날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도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와 관련해 "아직까지는 영향이 없지만, 더 길어진다면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관리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대해서도 "문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때문에 완제품 가격이 올라가는 부분"이라며 "어떤 영향을 줄지 따져보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 수급이 맞도록 대응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정 사장은 올해 LG디스플레이 실적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OLED 중심의)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이다. 강화된 체질을 갖고 안정적인 수익성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아마 상반기도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는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상반기에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신사업에 대해서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폴더블이나 여러 가지 기술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고 사업화가 가시화되는 시점이 언제냐를 따져 대응할 계획"이라며 "여러 경쟁사가 하고 있는 것들은 저희도 다 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