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업이 중국 텐센트의 최고위(C레벨) 임원을 이달 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면서 이사회 재편에 나선다. 시프트업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텐센트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시프트업은 오는 26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밍 리우(52) 텐센트 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IEG)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를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사외이사를 제외한 비상근 이사다. 일반적으로 주요 주주의 임원이나 전략적 투자자의 관계자가 맡아 회사의 경영 활동을 자문하거나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시프트업은 리우 CEO의 기타비상무이사 추천 배경에 대해 "글로벌 비즈니스와 투자 분야에서의 풍부한 전문성과 글로벌 게임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추고 있다"며 "이사회는 후보자가 객관적인 시각을 통해 이사회의 의사 결정 역량을 강화하고, 당사가 개발하는 게임의 성공적인 글로벌 출시와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 내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판단해 기타비상무이사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시프트업의 이번 인사는 중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25년 차 게임 업계 베테랑인 리우 CEO는 텐센트의 게임 사업 매출을 지난해 기준 100억달러(약 14조6800억원) 규모로 키워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8년부터 텐센트의 글로벌 게임 퍼블리싱을 총괄해온 그는 텐센트가 투자하거나 인수한 게임사 20여곳의 개발과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전략으로 지난해 다수의 흥행작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리우 CEO의 지휘 아래 텐센트에서는 글로벌 히트작 3개가 나왔다. 뉴질랜드 그라인딩기어게임즈가 개발한 '패스 오브 엑자일 2'가 출시 이후 판매량 680만장을 돌파했고, 노르웨이 펀컴의 '듄: 어웨이크닝'과 폴란드 테크랜드의 대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도 각각 200만장 이상 판매됐다.
텐센트는 지난 2023년 테크랜드의 지분을 16억달러(약 2조원)에 인수했는데, 당시 '다잉 라이트' 시리즈는 정체에 빠진 상태였다. 리우 CEO는 텐센트 직원을 폴란드 현지에 보내 테크갤드의 개발 과정과 관리 체계를 개선하도록 조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해 12월 리우 CEO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리우 CEO는 이처럼 게임 개발이나 회사 운영, 홍보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게임 개발사에 일명 '스트라이크 팀'을 파견해 턴어라운드(반등)를 지원했다.
텐센트가 시프트업의 2대 주주라는 점도 리우 CEO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텐센트는 지난해 말 기준 계열사 에이스빌홍콩리미티드를 통해 시프트업 지분 34.48%를 확보한 2대 주주다. 최대 주주인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 및 친인척(38.89%)과의 지분율 차이는 4.41%포인트(p) 수준이다.
지난 2022년 시프트업의 대표작 '승리의 여신: 니케'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양사의 협력 관계도 깊어졌다. 리우 CEO는 텐센트의 글로벌 퍼브리싱(유통·배급) 브랜드 '레벨 인피니트'의 설립을 주도했고, 레벨 인피니트는 시프트업의 대표작인 '승리의 여신: 니케'의 글로벌 서비스를 맡았다. 시프트업이 개발에 주력하고 텐센트가 퍼블리싱을 도맡는 구조로 성과를 냈고, 이후 텐센트가 시프트업의 지분 투자를 늘리면서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시프트업이 2027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차기작 '프로젝트 스피릿'도 텐센트가 퍼블리싱을 담당할 예정이다. 글로벌 판권 관리를 텐센트가 쥐고 있어, 신작 개발 방향과 사업 전략을 논의하는 데 있어 리우 CEO가 핵심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시프트업은 대표작인 '승리의 여신: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의 성과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두 IP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데다, '프로젝트 스피릿' 외에는 준비 중인 신작이 없어 주가는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2024년 7월 공모가 6만원에 상장한 이후 한때 8만원을 웃돌았던 시프트업 주가는 최근 3만원 선까지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로 시프트업의 텐센트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리우 CEO가 그간 투자·인수한 해외 게임사의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전략으로 성과를 낸 만큼, 시프트업의 경영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으로 텐센트가 직접적으로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은 높진 않지만, 고위 임원을 통해 이사회에서 논의되는 상세한 내용을 다 보면서 (시프트업의) 경영 전략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추후 경영에 개입할 여지를 열어줬다"고 말했다.
텐센트는 시프트업 외에도 크래프톤(13.86%)과 넷마블(17.52%)의 2대 주주, 카카오게임즈(3.88%)의 3대 주주 자리를 확보했고 넥슨,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 등과도 장기간 협력해왔다. 국내 주요 게임사의 주력 IP는 대부분 텐센트가 퍼블리싱을 맡아 중국 시장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텐센트가 퍼블리싱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시프트업 입장에서는 전략적 협업을 강화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라며 "중국 시장 진출과 확장에 있어 국내 게임사들의 텐센트 의존도가 심화되는 모양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