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 대국을 벌여 4승 1패를 거뒀다. AI가 처음으로 인류를 꺾은 '세기의 대결'이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대국의 성과가 "오늘날 AI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라며 앞으로 제미나이와 알파고로 범용인공지능(AGI) 시대를 열 것이라고 선언했다.
11일 허사비스 CEO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10주년을 맞아 구글 블로그에 게재한 '게임에서 생물학, 그 너머까지: 알파고가 남긴 10년의 발자취'라는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허사비스 CEO는 2010년 딥마인드를 창업한 뒤 알파고, 알파폴드 등 각종 AI모델을 개발하며 AI 혁신을 이끌어왔다.
허사비스 CEO는 "10년 전 구글 딥마인드의 AI 시스템인 알파고는 고도로 복잡한 바둑 경기에서 세계 챔피언을 꺾은 최초의 프로그램이 됐다"며 "이는 당시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시기를 10년이나 앞당긴 기념비적인 이정표였다"고 자평했다.
그는 2억명 이상이 지켜본 '알파고 VS 이세돌' 대결을 상징하는 순간으로 제2국 중 37수를 꼽았다. 허사비스 CEO는 "이제는 전설이 된 단 하나의 수, '37수(Move 37)'를 통해 알파고는 AI의 거대한 잠재력을 증명했으며, 구글은 이를 통해 이제 현실 세계의 과학적 난제들을 해결할 기술적 토대를 갖췄음을 알렸다"고 했다.
알파고가 둔 37수는 전문가들이 처음에는 실수라고 생각할 정도로 파격적이고 관습을 벗어난 수였으나, 결국 승부를 결정짓는 결정타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인간 전문가의 방식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발굴하는 AI 시스템의 놀라운 통찰력과 역량을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허사비스 CEO는 바둑이 압도적인 복잡성 때문에 오랫동안 AI 연구의 시험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둑판 위에서 가능한 경우의 수는 10170(10의 170승)가지로, 이는 관측 가능한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보다 훨씬 많다"라며 "이처럼 방대한 경우의 수를 처리하기 위해 알파고는 딥마인드가 개척한 AI 방법론인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과 고도화된 탐색(Advanced Search) 기능을 결합한 심층 신경망을 사용했다"고 했다.
이후 알파고는 수십만 번의 자가 대국을 통해 유망한 수들을 학습했고, 승리 확률이 높은 전략을 강화하며 스스로 발전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바둑을 정복한 알파고를 발판 삼아 다른 분야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그는 "서울에서의 대국에서 승리한 순간 AI를 '과학적 비약(scientific breakthroughs)'에 적용될 준비가 됐다고 확신했다"며 "첫걸음으로 질병 이해와 신약 개발에 필수적인 정보인 단백질의 3차원 구조 예측, 즉 50년간 풀리지 않았던 과학계의 거대한 난제인 '단백질 폴딩' 문제 해결에 착수했다"고 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2020년 선보인 '알파폴드 2' 시스템을 통해 이 오랜 과학적 난제를 해결했다. 허사비스 CEO는 "오늘날 전 세계 300만 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말라리아 백신부터 플라스틱 분해 효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중요 연구들을 가속화하는 데 이 알파폴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허사비스 CEO와 구글의 다음 목표는 AGI다. 그는 "AI가 진정한 의미의 '일반 지능'을 갖추려면 물리적 세계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AI 모델 제미나이를 초기 단계부터 멀티모탈로 설계했다"라며 "제미나이는 언어뿐만 아니라 오디오, 비디오, 이미지, 코드까지 복합적으로 처리하고 추론하며 '월드 모델'을 구축한다"고 설명했다. 현실 세계와 물리적 법칙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월드 모델'은 AGI를 향하는 관문으로 통한다.
허사비스 CEO는 "진정한 창의성은 이러한 AGI 시스템이 반드시 증명해야 할 핵심 역량"이라며 "37수는 기존의 틀을 깨는 AI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지만, 진정한 의미의 독창적 발명을 위해서는 더 높은 차원의 능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구글 딥마인드는 AGI가 인류 역사상 가장 중대한 기술이자, 과학, 의학, 그리고 생산성을 진보시킬 궁극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세돌 UNIST 특임교수는 "알파고가 우리에게 던진 가장 큰 가르침은 AI 시대가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점을 미리 보여준 것"이라며 "AI가 인류가 오랫동안 풀지 못한 난제들을 해결해주는 강력한 조력자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