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반도체 기판인 FC-BGA./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 공급을 확대하면서 기판사업부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공급량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테슬라의 AI 칩을 내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팹을 통해 양산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FC-BGA를 삼성전기가 공급하게 된 영향이다.

FC-BGA는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고정해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대형화되고 있는 AI 반도체 등에 적합한 차세대 고부가 기판으로 AI 산업 성장세와 맞물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후지카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FC-BGA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80억달러에서 2030년 164억달러로 두 배 넘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가 내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를 통해 양산하는 차세대 AI 칩 AI5와 AI6에 필요한 FC-BGA를 삼성전기가 공급하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165억달러(약 23조원) 규모의 위탁 생산 계약을 테슬라와 맺은 바 있다. 당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차세대 AI 칩을 양산할 것이라 밝히며, 공시된 계약은 최소 규모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테슬라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양산하는 AI 칩은 단순히 차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체 AI 모델을 구동하기 위한 AI 데이터센터로 응용처가 확대될 예정이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도, 머스크 CEO가 설립한 생성형 AI 기업인 xAI의 그록을 구동하는 데에도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AI6는 FSD(Full Self-Driving)와 휴머노이드 로봇, 자체 AI 데이터센터까지 3개 플랫폼에 동시 탑재된다"며 "기판 성능 역시 기존 칩 수준에서 PC용 중앙처리장치(CPU)급으로 대폭 확대되면서 단가 역시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가 테슬라의 AI 칩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FC-BGA 설비 투자를 단행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기는 브로드컴과 구글, 테슬라, 아마존, 애플 등을 FC-BGA 고객사로 확보한 상태다. 현재 생산 능력으로 납품할 수 있는 올해 계약 물량도 마무리된 상태다. FC-BGA를 생산하는 국내 생산 기지 가동률이 최대치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베트남 생산 라인까지 가동률을 최대치로 높여 대응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력 사업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뿐만 아니라 FC-BGA 사업도 성장세에 접어들며 올해 삼성전기의 영업이익이 1조원을 다시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기는 지난 2022년 영업이익 1조1828억원을 기록한 뒤, 줄곧 1조원을 밑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해 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증권업계가 내다본 삼성전기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3293억원이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FC-BGA는 빅테크 수요 증가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장 가속화 구간에 진입했다"며 "내년 (FC-BGA 사업을 담당하는) 패키지솔루션 사업부의 매출은 전년 대비 23%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