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연구개발(R&D)에 37조원 넘는 자금을 투입하며 역대 최대 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비롯한 핵심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 투자로 해석된다.
10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R&D 비용은 37조754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5조215억원)보다 7.8% 증가한 수치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11.3%로 전년(11.6%)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국내 특허 1만639건, 미국 특허 1만347건을 확보하며 기술 자산도 확대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본격화될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경쟁을 앞두고 관련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한 단계 앞선 10나노급 6세대(1c) D램 공정을 적용한 HBM4를 기반으로 지난달 세계 최초 양산 출하에 나서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 제품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베라 루빈'에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D램은 AI 시장 내 신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맞춤형 반도체(ASIC) 수요에 대응해 성능 경쟁력을 갖춘 HBM4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고용량 DDR5, SOCAMM2, GDDR7 등 AI 연계 제품 비중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외 영역에서도 차세대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24Gb GDDR7 D램과 10나노급 6세대 서버용 D램 양산에 성공했다. 비메모리 부문에서는 파운드리 사업부가 올해 하반기 2나노미터(㎚) 공정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시스템LSI 부문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의 성능을 개선해 전작 대비 중앙처리장치(CPU) 연산 성능을 최대 39% 끌어올렸다.
한편 지난해 삼성전자 주요 제품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TV 점유율은 29.1%로 전년(28.3%)보다 확대됐고 스마트폰 역시 18.3%에서 19.2%로 증가했다. 다만 D램 시장 점유율은 HBM3E(5세대) 판매 부진 영향으로 41.5%에서 34%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