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2026년 임금협상에서 성과급(OPI) 제도 개편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로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노사 간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가 협상 과정과 제안 내용을 사내 게시판을 통해 공개하면서 사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며 내부 여론이 분화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 공지를 통해 공동교섭단이 성과급 상한 폐지 요구를 유지한 채 조정 기간 연장을 거부해 협상이 중단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조정 과정에서 평균 임금 인상률 6.2%, 자사주 20주 지급, 성과급(OPI) 재원 선택권 부여 등 다양한 보상 방안이 제시됐다.
성과급 재원과 관련해 회사는 영업이익의 10% 또는 EVA(경제적 부가가치) 20%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S.LSI·파운드리 부문에 최대 500% 수준의 특별 인센티브 방안도 검토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장기근속 휴가 확대, 주거 안정 지원 등 복지 확대안도 협상안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노조가 제기한 '막판 요구안 제시'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과정에서 조정위원들은 조정 종료 직전까지 노사 모두에게 조정 기간 연장을 권유했으며 회사 역시 추가 제안 준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공동교섭단이 "상한 폐지가 관철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조정 연장을 거부하면서 결국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임금협상 조정 과정과 협상안을 사내 공지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통상 노사 협상 과정이나 내부 갈등을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데 신중한 기조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협상 결렬 이후 노사 간 책임 공방이 확산되자 회사가 내부 구성원들을 상대로 직접 설명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회사 측은 DX(모바일·가전)와 DS(반도체) 사업부 간 성과 격차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DX와 DS 사업부가 동일한 성과급 구조를 적용받고 있는 상황에서 성과급 상한을 폐지할 경우 사업부 간 실적 차이에 따른 보상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재원 배분 문제를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OPI는 연봉의 최대 50% 수준 상한이 설정돼 있으며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지급 규모가 결정되는 구조다.
협상 결렬 이후 사내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회사가 제안한 영업이익 기반 성과급 재원을 DS와 DX 전체로 나눠 적용하는 방식이라면 상한 폐지 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했다. 한 직원은 "회사에서 영업이익의 10~20% 수준 재원을 제시한 만큼 이를 사업부 전체로 나누는 방식이면 해결 가능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노조 측 입장을 지지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노조는 현재 성과급 상한이 연봉의 50%로 제한돼 있어 일부 고성과 조직에서는 실제 실적 대비 보상이 제한되는 구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 연동 방식으로 계산 구조를 공개하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해 제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성과급 제도의 투명성 확보와 상한 폐지를 핵심 요구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로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면서 파업 찬반 투표 등 쟁의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사업부 간 재원 배분 방식을 둘러싼 인식 차가 큰 만큼 향후 협상 재개 과정에서도 진통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 업황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사업부 간 성과 격차를 어떻게 보상 구조에 반영할 것인지가 향후 협상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