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로고./연합뉴스

브로드컴이 내년 인공지능(AI) 매출이 1000억달러(약 145조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AI 칩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TSMC의 첨단 공정 생산 라인을 모두 확보했다고 밝혔다. AI 산업 성장세의 발목을 잡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과 TSMC의 제한된 생산 능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다. 일각에서는 브로드컴의 계약 규모가 엔비디아, AMD와 견줄 수 있는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6일 브로드컴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2028년까지 AI 칩 생산에 필요한 HBM과 TSMC 첨단 공정 생산 라인을 확보했다. AI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과 TSMC의 제한된 생산 능력이 성장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지만, 브로드컴은 사전에 필요한 물량을 모두 확보했다고 공언하며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브로드컴은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엔비디아와 AMD가 공급하는 AI 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AI 모델에 특화된 AI 칩을 제조하고자 하는 미국의 빅테크들이 브로드컴과 협력한다. 구글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 브로드컴의 대표적인 고객사로 꼽힌다.

브로드컴은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HBM과 파운드리 공급망도 강화했다고 밝혔다. 고객사가 다변화돼 있는 만큼 메모리 반도체 물량과 파운드리 첨단 공정 생산라인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특히 HBM과 TSMC 공급이 제한돼 안정적인 사업을 위해선 사전 계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브로드컴은 공급망 구축에도 자신감을 내보였다. 탄 CEO는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공급망도 이미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TSMC의 첨단 공정 생산 라인과 HBM은 반도체 업계에서 공급난이 벌어질 만큼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며 "브로드컴이 사전 물량을 확보했다는 것은 그만큼 ASIC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다. 브로드컴은 2026 회계연도 1분기(지난해 11월~지난 1월) 매출이 193억1000만 달러(약 28조원)로 전년 대비 29% 성장했다고 밝혔다. AI 매출은 전년 대비 106% 성장한 84억 달러(약 12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호크 탄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칩 부문에서만 1000억 달러 이상의 AI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이 AI 칩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엔비디아, AMD와 어깨를 견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는 "브로드컴의 AI 칩 계약 규모가 엔비디아와 AMD에 더욱 근접하게 됐다"며 "ASIC의 등장으로 첨단 데이터 센터 인프라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가 점점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은 이번 분기 실적을 통해 AI 인프라 시장이 (엔비디아, AMD 등의) GPU 독점 체계에서 ASIC 기반의 가속기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했다"며 " 엔비디아의 공급 병목과 높은 TCO (총소유비용) 부담을 느낀 고객사들이 자체 칩 개발로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