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로고./연합뉴스

인텔이 자사 중앙처리장치(CPU) 제조에만 활용하기로 했던 18A(1.8나노급)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의 고객사 유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인텔의 18A 공정은 저조한 수율 등으로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었지만, 기술력이 다소 안정화됐다는 판단에 따라 전략을 선회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텔은 엔비디아와 애플 등 미국 빅테크 수주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텔은 18A 공정의 고객사 수주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발언을 인용해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파운드리 공정은 14A(1.4나노급)에 집중하고 18A는 내부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며 "18A를 외부 고객에게도 제공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18A 공정 수율 제고에 난항을 겪어왔다. 인텔 파운드리는 최근 몇 년간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하며 인텔의 재정난을 심화시켰고, 파운드리를 분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거론될 만큼 위기에 직면했다. 외부 고객사 유치를 위해 1나노대 공정에 사활을 걸었고, 18A 공정을 전격 개시했지만 이마저도 저조한 수율로 고객사 확보에 실패했다. 인텔은 자사 차세대 CPU를 양산하는 데에만 이를 활용했다.

하지만 인텔의 18A를 적용한 차세대 CPU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수율이 점차 안정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14A부터 고객사 유치에 승부를 걸려고 했던 당초 계획을 수정할 방침인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1나노대 공정을 양산할 예정인 TSMC와 2나노대 공정을 양산 중인 삼성 파운드리와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와의 협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은 트럼프 행정부의 '메이드 인 USA' 기조에 발맞추고, 생산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른 TSMC의 대안을 찾기 위해 분주한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에 대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를 분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도 반도체 패권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미국 빅테크와 인텔 파운드리의 협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 가운데 인텔이 엔비디아의 칩을 제조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가 인텔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협력 의사를 밝힌 만큼 생산 및 패키징 등에서 협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생태계 확장을 위해 인텔 지분 약 4%(약 50억달러)를 인수하며 주요 주주가 되었고, 데이터센터 및 PC용 CPU를 공동 개발하는 등 기술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애플 PC에 탑재되는 M 시리즈 칩 제조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애플이 저가형 M 시리즈 칩 생산을 인텔에 맡기는 등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인텔이 애플의 M 시리즈 칩을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르면 2027년 2~3분기부터 해당 칩을 실제 출하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애플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인텔에 CPU 제조를 위탁한 바 있다. 하지만 2021년부터 TSMC에 전량 위탁 생산하며 인텔의 고객사 대열에서 이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