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헌 SKT CEO는 1일(현지시각) MWC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AI 인프라의 재편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SK텔레콤

"(업계) 1등 사업자로서의 무너지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망할 것 같다는 위기감이 있습니다. 잃어버린 초심으로 고객 중심의 회사로 돌아가려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인공지능(AI) 대전환이 전제돼야 합니다. 여기에 조 단위를 과감히 투자하겠습니다."

정재헌 SK텔레콤 사장은 1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MWC'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CEO는 변화의 책임자"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은 정 사장이 대표로 취임한 지 123일 된 날로, 해당 자리는 그의 첫 공식 데뷔 무대이기도 했다.

정 사장이 말하는 변화는 '고객 가치 혁신'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AI 대전환'이다. 그는 "우리는 고객 가치를 혁신해야 하는 시점에 AI 라는 새로운 가치에 적응해야 하는 골든타임에 놓여있다"며 "AI는 기업에게 따라잡지 못하면 망하는 '위기'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말 긴장하고 정신 차려야 하는 시기"라며 "지금 하지 않으면 비용을 미래에 더 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해 AI 대전환에 정확히 얼마를 투자할 지는 밝히지 않았다. AI 대전환은 T와 네트워크 인프라 부문에서 3~5년내 순차적으로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불거진 해킹 사태가 그동안 당연히 여긴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는 생각의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정 사장은 설명했다. 고객 없이는 성장이 없음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그동안 말은 고객 중심이라 외쳤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회사가 고객 중심으로 뭘 했는지'에 대한 답이 없었다"며 "다시 업의 본질로 돌아가려 한다"고 했다.

그는 당초 SK텔레콤의 데이터를 활용해 AI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가치를 끌어올리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정 사장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IT 시스템, 거대한 네트워크 인프라가 AI가 등장하기 전에 설계돼 AI에 친화적이지 못하다"며 "AI 대전환에 드는 비용이 엄청나지만, 더 이상 기존의 통신 인프라, 시스템으로는 1등으로 남아 있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AI 비즈니스 시스템 개편은 통신업이 사양 산업이 아닌, 새로운 혁신 사업이 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AI 대전환을 통해 영업 전산, 회선 관리, 과금 시스템 등 모든 통합 시스템을 AI 중심으로 구축해 초(超)개인화된 고객 요구를 즉각적으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요금제, 멤버십, 로밍 등을 다시 설계할 방침이다. 무선 품질 관리, 트래픽 제어, 통신 장비 및 시설 운영까지 사람 중심의 운영 방식을 AI 기반 자율 구조로 전환해 고객 체감 품질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정 사장은 일하는 방식, 기업 문화도 AI 중심으로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 강조했다.

정재헌 SKT CEO는 1일(현지시각) MWC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AI 인프라의 재편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SK텔레콤

정 사장은 이날 SK텔레콤의 AI 사업 청사진에 대해서는 "AI 풀스택 기업이라고 과감하게 말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오랜 시간 투자를 해왔고 AI 서비스, B2B(기업 간 거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노하우까지 축적돼 이제는 대한민국을 위한 AI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SK텔레콤은 대한민국 전역에 1GW 이상의 초거대 AI 데이터센터(DC) 인프라를 구축한다. 회사는 GPU 클러스터 '해인'을 비롯해 아마존과 협력하는 울산 AI DC, 오픈AI와 협력하는 서남권 AI DC 구축을 통해 'AI 인프라 벨트'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정부의 국가대표 AI 모델 개발 사업에도 참여, 1차 단계 평가를 통과했다. 정 사장은 "우리가 빅테크와 똑같이 엄청난 투자를 할 수 없는 만큼, 잘할 수 있는 특화된 영역에서 수요를 파악해 그 수요에 적합한 모델을 만들려 한다"며 "개발 중인 파운데이션 모델 규모는 500B 이상"이라고 했다. 이어 "AI 에이전트 역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인 통신과 관련된 AI 에이전트를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바로셀로나의 유명 관광지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이 SK텔레콤이 나아가야 할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방향을 대변해준다고 했다. 정 사장은 "대성당 중앙 제일 큰 첨탑이 144년 만에 완성됐다고 한다"며 "기본과 원칙으로 정의된 원칙의 틀은 고수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혁신적인 변화를 통해 건물을 지으니 영원히 존속하는 건물이 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