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 연합뉴스

미국이 최근 이란 공습에 앤트로픽의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를 활용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모든 연방 기관에 앤트로픽의 기술 사용 중단할 것을 지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클로드의 도움을 받아 이란을 상대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것이다.

WSJ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를 포함해 전 세계 여러 사령부가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소식통은 중부사령부가 앤트로픽과 국방부 간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클로드를 정보 평가, 목표물 식별, 전장 시뮬레이션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미 클로드를 포함한 AI 도구가 군사작전에 얼마나 깊이 개입해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국방부와 앤트로픽은 AI 사용 방식과 범위를 두고 수개월간 갈등을 빚어왔다. 국방부는 AI의 군사적 활용 범위를 전면 개방할 것을 요구했으나, 앤트로픽은 대규모 감시나 완전 자율형 살상 무기 개발에 자사 기술을 사용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알리 하메네이(89)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살 하루 전인 27일 연방 기관에 앤트로픽 기술 사용 중단을 지시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앤트로픽을 '급진 좌파 광신도'라고 칭하며 "그들의 이기심이 미국 국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군대와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고 비판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 직후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앤트로픽을 '국가 안보에 대한 공급망 위험 요소'로 공식 지정했다. 미 정부가 중국·러시아 등 적대국가의 기업이 아닌 자국 기업을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지정에 따라 앤트로픽은 미 국방부와 거래하는 수만 개의 협력업체와 어떠한 상업적 거래도 할 수 없게 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앤트로픽의 AI가 미국 정부 시스템 곳곳에 사용하고 있는 만큼 6개월의 단계적 중단 기간을 두겠다고 밝혔다.

클로드는 현재 미군 기밀 시스템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활용할 수 있는 AI로, 미국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과정에서도 클로드를 활용했다. WSJ는 "앤트로픽의 기술은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 등 협력 업체들을 통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교체 과정이 복잡하다"라며 "해당 기술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데 6개월의 유예 기간을 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앤트로픽이 전면 퇴출되는 상황에서 국방부는 경쟁사인 오픈A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xAI와 기밀 네트워크에 자사 AI를 통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앤트로픽은 성명을 내고 "국방부의 어떠한 협박이나 처벌도 대규모 국내 감시 또는 완전 자율 무기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공급망 위험 기업은 미국의 적대국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앤트로픽이) 지정된 것은 부당하다"라며 법정 소송을 예고했다.

미국에서는 정부 조치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하면서 정부와 계약을 맺은 오픈AI의 챗GPT를 보이콧하고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이용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퇴출 결정 이후 클로드는 미 애플 앱스토어의 무료 앱 순위에서 챗GPT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앤트로픽 대변인은 이번 주 신규 가입자 수가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으며, 무료 이용자는 1월 이후 60% 이상 늘었고 유료 구독자는 올해 이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CNBC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