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2027 회계연도 1분기(2026년 2∼4월) 매출 전망치를 780억달러(약 111조3450억원)로 제시하면서 피지컬 AI(인공지능이 로봇·기기에 탑재되면서 물리 공간을 인지하고 스스로 판단)를 향후 성장 동력으로 꼽았습니다. 직전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681억3000만달러(약 97조4327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높은 실적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이런 발표가 나오자, 국내 주식시장에서 LG전자가 주목받았습니다. LG전자의 주가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이뤄진 지난 26일 10.05% 급등한 14만6700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엔비디아 실적 성장에 왜 LG전자 주가가 반응했을까요.
엔비디아가 피지컬 AI의 주요 협력사 중 하나로 LG전자를 언급한 게 직접적인 이유로 꼽힙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피지컬 AI 시대가 이미 도래했고, 매출에 60억달러(약 8조6000억원) 넘게 기여했다"며 LG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을 '주요 협력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시가총액이 6441조원으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 기업'인 엔비디아가 LG전자를 '샤라웃'(Shout out·공개적인 자리에서 특정 단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 행위) 한 점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엔비디아는 어떤 협력을 하기에 LG전자를 실적 발표에서 언급했을까요.
◇ LG전자·엔비디아 협력 작년 10월 공식화… '클로이드'로 결실
엔비디아가 LG전자를 언급하며 소개한 제품은 코스모스(Cosmos)·아이작 그루트(Isaac GR00T)입니다. 코스모스는 자율주행차·로봇과 같은 피지컬 AI 개발을 가속하는 플랫폼이고, 아이작 그루트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며 환경을 이해하도록 돕는 추론 AI 파운데이션 모델입니다.
LG전자와 엔비디아의 협업은 작년 10월 공식 발표됐는데요. LG전자는 당시 아이작 그루트를 도입해 자체 피지컬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사의 협업 결과는 지난 1월 개최된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6'에서 홈 로봇 'LG 클로이드'로 공개됐습니다. 다섯 손가락을 갖춘 클로이드는 사용자의 가사 부담을 덜기 위해 제작된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 클로이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CES 2026 연설 무대에도 오르며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LG전자는 이 로봇의 현장 실증을 내년부터 진행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실험실에서 클로이드가 각종 상황에 적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학습시키는 과정을 진행 중인데, 여기에도 엔비디아의 로봇 개발 플랫폼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양사의 협력은 로봇 분야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LG전자가 60년간 쌓아온 제조·생산 데이터와 엔비디아의 디지털트윈 기술(제품명 옴니버스)을 접목해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있죠. 디지털트윈은 실제 세계를 디지털 공간에 정밀하게 구현, 시뮬레이션 등을 진행하는 개념을 말합니다. LG전자는 공장의 설비 단위까지 포괄하는 가상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실제 설비를 들여놓기 전 AI로 가상 공간에서 안전성 등을 사전에 검증할 수 있고, 물류 운영·유지보수 등을 효율화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분석을 하는 데 엔비디아의 AI 칩 '블랙웰'이 사용됩니다.
LG전자는 로봇·디지털트윈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인 셈입니다. 반대로 LG전자가 엔비디아에 제품을 공급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의 발열을 관리하는 액체 냉각 방식의 핵심인 '냉각수분배장치'(CDU)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해 현재 관련 인증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 LG전자,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LG전자가 로봇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꼽고 관련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최근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LG전자는 CES 2026에서 클로이드를 공개하면서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액추에이터 악시움'도 함께 선보였습니다. 액추에이터는 ▲회전력을 만드는 모터 ▲전기 신호를 제어하는 드라이버 ▲속도를 조절하는 감속기 등을 합친 모듈로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합니다. 로봇 제조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을 공급해 신규 매출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죠.
LG전자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가전(HS)사업본부 개요에 '홈로봇과 로봇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사업'을 처음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상반기에는 콜옵션 행사를 통해 베어로보틱스의 지분율을 51%로 높이며 경영권을 확보하는 등 로봇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전자에 대해 "피지컬 AI·로보틱스 등 신성장 플랫폼을 확대 중"이라며 "AI 엑사원의 경쟁력이 가정용 로봇에서 산업용 로봇으로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분을 투자한 로보티즈(액추에이터)·로보스타(산업용 다관절·스마트팩토리)·베어로보틱스가 LG전자의 전체 포트폴리오에 시너지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LG그룹 차원에서도 엔비디아와의 협업이 강화되는 모습입니다. LG AI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AI 칩과 플랫폼을 활용해 자체 개발한 모델 '엑사원'의 성능을 지속해서 높여가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도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을 활용해 자사 디지털트윈 기술을 고도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정 개발 효율을 개선 중입니다. LG전자 관계자는 "피지컬AI·디지털트윈 등 차세대 기술 영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