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파운드리 회사인 SMIC 공장 내부 모습./SMIC 제공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SMIC가 7나노미터(nm)급 이하 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미국의 반도체 장비 규제를 뚫고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수익성 높은 시장을 겨냥한 셈이다.

27일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SMIC와 화웨이를 비롯한 현지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7나노 이하 공정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월평균 2만장(웨이퍼 투입 기준)에서 10만장 수준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로이터는 SMIC, 화웨이의 이 같은 행보를 내수 중심 성장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엔비디아 등 해외 AI 반도체 도입이 막힌 상황에서 자국의 AI 반도체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생태계 육성 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7나노 이하 공정의 안정성을 높여 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현재 AI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 TSMC 등은 2~3나노 최첨단 공정뿐 아니라 7나노, 8나노 등 성숙 공정에서도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SMIC가 해당 시장에서 생산 능력과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할 경우 경쟁자가 늘게 된다.

중국의 주요 팹리스도 내수 파운드리를 적극 채택하는 모양새다. 화웨이는 올해 차세대 '어센드(Ascend)' 프로세서를 여러 종 출시할 계획이다. AI 가속기 전문 기업 캠브리콘(Cambricon)도 올해 AI 칩 생산량을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린 50만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공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가운데 30만개가 고사양 제품이며, 상당수가 SMIC의 7나노급 'N+2' 공정을 활용할 것으로 관측했다.

7나노급 반도체는 최첨단 칩은 아니지만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네트워킹, 일부 AI 가속기 등에서 의미 있는 성능을 낼 수 있는 '가성비' 칩으로 꼽힌다. 특히 중국 현지 고객사가 원하는 포트폴리오를 커버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국내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대(對)중국 수출 통제로 인해 SMIC는 최첨단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접근이 막혀있다"며 "중국 업체들은 기존 심자외선(DUV) 장비와 멀티패터닝으로 7나노 칩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식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며 "장비 문제로 인한 비용 등의 문제가 있지만 정부 자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체급이 커질수록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비용 경쟁 흐름으로 이끌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SMIC의 몸집 키우기가 한국 파운드리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글로벌 반도체 분석업체인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의 스라반 쿤도잘라(Sravan Kundojjala)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성숙 공정 캐파(CAPA)가 이미 수요를 크게 초과한 상태"라며 "이 추세가 이어지면 글로벌 성숙 공정 수익성이 올해 대비 20퍼센트 이상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반도체 장비 시장 역시 SMIC의 성장을 바탕으로 국산화 기조가 강하다. 중국 정부는 설비 투자 조건에 자국 장비 사용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정한 것으로 로이터는 전했다. 이는 파운드리 생태계 확대와 함께 미국, 일본 등 외산 반도체 장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포석이다.

한편 SMIC는 지난해 12인치 웨이퍼 생산 자회사인 SMNC의 잔여지분 49%를 약 58억달러에 매입해 완전 자회사화했고, 다른 자회사(SMSC)도 등록자본을 늘리는 등 중장기적인 설비투자, 대규모 생산 라인 운영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