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베일에 가려져 있던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6' 시리즈를 공개했다. 음성 호출만으로 인공지능(AI)이 사진을 편집하고 외부 앱 서비스를 실행하는 신기능과, 사용자가 먼저 말을 걸지 않아도 맥락을 읽고 제안하는 '에이전틱(Agentic) AI' 경험을 전면에 내세웠다.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S26 울트라'에는 측면 시야를 차단하는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도 적용해 사생활 보호를 강화했다. 다만 메모리 가격 급등 등을 이유로 최근 3년간 유지해 온 가격 동결 기조를 깨고 전 모델 가격을 인상했다.
삼성전자는 25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에서 '갤럭시 언팩 2026'을 열고 '갤럭시S26' '갤럭시S26 플러스' '갤럭시S26 울트라' 3종을 공개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사장) 겸 MX사업부장은 "갤럭시S26 시리즈는 강력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누구나 쉽고 직관적으로 AI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 의도와 맥락 파악하는 에이전틱 AI로 진화… 택시 호출도 '대행'
갤럭시S26 시리즈의 핵심은 '요청에 응답하는 AI'를 넘어 '의도와 맥락을 파악해 먼저 돕는 AI'로의 전환이다. 새 기능 '나우 넛지(Now Nudge)'는 대화 내용과 상황을 인식해 관련 작업을 팝업 형태로 제안한다. 예컨대 메신저로 "여행 사진 보내줘"라는 요청이 오면 갤럭시 AI가 관련 사진을 찾아 공유까지 이어지도록 안내를 띄우는 식이다. "2월 26일 오전 9시 회의 괜찮으세요?" 같은 메시지를 받으면 캘린더 일정 중복 여부를 먼저 보여주는 기능도 포함됐다.
기존 기능도 고도화했다. 사용자 선호와 맥락을 분석해 브리핑을 제안하는 '나우 브리프(Now Brief)'는 일정 기반 리마인드 등 맞춤형 안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는 원 안의 여러 요소를 한 번에 인식해 결과를 제공하도록 진화했다. 사진 속 스타일을 크게 지정하면 상·하의 정보를 한 번에 찾아주는 방식으로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은 제미나이(Gemini), 빅스비(Bixby), 퍼플렉시티(Perplexity) 등 다양한 에이전트를 탑재하고, 설정 메뉴에서 원하는 에이전트를 선택해 측면 버튼 또는 음성으로 호출할 수 있도록 했다. 제미나이로 택시 예약을 음성으로 요청하면 호출 과정을 AI가 처리하고 사용자는 확인만 누르면 마무리되는 방식으로 다단계 작업 '대행' 능력도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 조리개 확대로 '나이토그래피' 강화… APV 코덱·AI 편집도 확대
삼성은 전작보다 넓어진 조리개를 카메라에 적용해 '나이토그래피(Nightography)' 기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나이토그래피는 밤이나 실내처럼 어두운 환경에서 사진·영상을 더 밝고 선명하게 촬영하도록 돕는 저조도 촬영 성능이다. 동영상 흔들림 보정 기능인 '슈퍼 스테디(Super Steady)'에는 새로운 수평 고정 옵션이 추가돼 이동 중이거나 흔들림이 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구도로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갤럭시 기기 최초로 전문가용 영상 제작을 위한 'APV(Advanced Professional Video)' 코덱도 지원한다. 고품질 영상 촬영이 가능하고, 촬영한 영상을 여러 차례 편집하더라도 화질 저하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기반 편집 기능도 확대됐다. '포토 어시스트(Photo Assist)'는 음성이나 텍스트로 편집 요청을 하면 AI가 이를 실행해주는 기능이다. 전신 사진에 옷 이미지를 추가한 뒤 "이 옷을 입혀줘"라고 말하거나 입력하면 착장 합성 결과를 만들어주는 식이다. 스케치·이미지·텍스트로 창작물을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Creative Studio)'와 영수증·서류 촬영 시 주름·손가락 등을 제거하고 여러 장을 PDF로 묶어주는 '문서 스캔(Document Scanner)' 기능도 포함됐다. 화질 개선 솔루션 mDNIe(mobile Digital Natural Image engine)도 탑재했다. 갤럭시S26 울트라와 갤럭시S26 플러스에는 AI 기반 이미지 프로세싱 '프로스케일러(ProScaler)'를 적용해 콘텐츠 선명도를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 울트라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로 사생활 보호… 통화 스크리닝·비공개 앨범도 추가
삼성은 AI 기능 강화와 함께 보안·사생활 보호도 전면에 배치했다. 갤럭시S26 울트라에는 측면 시야에서 화면을 제한하는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Privacy Display)'를 탑재했다. 디스플레이 픽셀의 빛 확산 방식을 제어해 측면에서 보이는 화면을 줄이는 방식으로, PIN·패스워드·패턴 입력이나 특정 앱 실행 등 민감 상황에서 작동 시점과 범위를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다. 알림창 팝업만 가리는 옵션도 제공한다.
'통화 스크리닝(Call Screening)'은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AI가 대신 받아 상대가 말한 발신자 정보와 통화 내용을 요약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스팸·보이스피싱 대응을 겨냥했다. 갤러리에는 삼성 계정 로그인 없이도 사진·영상을 숨길 수 있는 '비공개 앨범(Private Album)'이 추가됐다. 머신러닝 기반 '개인정보 보호 알림(Privacy Alerts)'은 관리자 권한 앱이 위치 정보·통화 기록·연락처 등 민감 정보에 불필요하게 접근하려 할 때 이를 감지해 실시간으로 알린다.
보안 체계는 녹스 볼트(Knox Vault)와 녹스 매트릭스(Knox Matrix)를 포함한 녹스(Knox) 기반 다층 보호를 강조했다. 업데이트된 녹스 매트릭스는 양자 내성 암호 기반 종단 간 암호화(E2EE)를 eSIM 이전 같은 서비스로 확대 지원하고, 연결된 기기의 펌웨어 업데이트 상태를 '내 기기 보안 상태'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화 AI를 위한 'KEEP(Knox Enhanced Encrypted Protection)'는 앱별 분리 암호화 저장 공간을 만들어 퍼스널 데이터 엔진(PDE)이 학습한 민감 정보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삼성은 갤럭시S26 시리즈에 7년간 보안 업데이트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 울트라만 5세대 퀄컴 AP… '초고속 충전 3.0' 첫 도입
삼성은 갤럭시S26 울트라 기준 전작 대비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이 39% 향상됐고,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도 각각 최대 19%, 24% 올라 AI 작업과 게이밍을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한다고 밝혔다. 갤럭시S26 플러스와 일반 모델에는 삼성 자체 칩 '엑시노스 2600'을 탑재했으나 전작과의 성능 비교 수치는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열 관리도 개선됐다. 갤럭시S26 울트라에는 새로운 구조로 설계한 베이퍼 챔버(Vapor Chamber)를 적용해 멀티태스킹이나 고해상도 영상 촬영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도록 했다. 충전은 30분 만에 최대 75%까지 채울 수 있는 '초고속 충전 3.0'을 갤럭시S 시리즈 가운데 처음으로 울트라에만 적용했다.
◇ 256GB 전 모델 9만9000원 인상… 512GB는 20만9000원↑
가격은 갤럭시S26 울트라가 179만7400원(256GB), 205만400원(512GB), 254만5400원(1TB)이다. 갤럭시S26 플러스는 145만2000원(256GB), 170만5000원(512GB)이며, 갤럭시S26은 125만4000원(256GB), 150만7000원(512GB)으로 책정됐다.
256GB 전 모델은 동일하게 9만9000원씩 인상됐다. 512GB 모델은 전작 대비 20만9000원씩 올랐다. 퀄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울트라 모델의 인상 폭이 더 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울트라 256GB도 9만9000원 인상에 그쳤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갤럭시S25 시리즈 가운데 울트라 256GB 모델의 판매 비중이 가장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의 가격 결정이 이해된다"고 했다.
갤럭시S26 시리즈는 3월 11일부터 한국·미국·영국·인도·베트남 등 120여 개 국가에 순차 출시된다. 국내 사전판매는 27일부터 3월 5일까지 진행된다. 색상은 코발트 바이올렛, 화이트, 블랙, 스카이 블루 4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