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고거래 시장에서 D램을 사고파는 '램테크(램+재테크)'가 성행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집중하며 범용 D램 공급이 급감하자, 신품 가격이 자고 나면 오르는 '메모리 인플레이션'이 중고 거래를 활성화했다.
26일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의 최근 3개월(2025년 11월~2026년 1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메모리 관련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59.7% 폭증했다. 특히 DDR5 거래량은 527.4%, 구형인 DDR4도 322.8% 증가하며 세대를 가리지 않는 품귀 현상을 보였다.
가격 폭등세는 더욱 극적이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삼성전자 DDR5-5600(32GB)' 신품 최저가는 이날 기준 70만원대를 기록 중이다. 전년 동월 13만원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5배 이상 뛰었다. 이 여파로 중고 제품에도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어, 삼성전자 32GB 중고 램이 최고 52만원에 거래가 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램을 더 이상 단순 부품으로 보지 않는다. 수백 대의 PC를 운용하는 PC방 업주들에게 램은 위기 시 현금화가 가장 빠른 '핵심 자산'이다. 용산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품 공급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중고 시세가 신품 출시가를 위협하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본체를 통째로 넘기기보다 램만 따로 뽑아 시세가 높을 때 분할 매각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 됐다"고 전했다.
개인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램 환테크'가 활발하다. 환금성이 높은 삼성전자 램을 고점에서 매각해 차익을 실현한 뒤, 그 자금을 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용으로 충당하는 식이다. 하드웨어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책상 서랍에 넣어둔 램의 가성비가 주식 수익률보다 높다"며 "공급난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램이 가장 확실한 안전자산"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은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폭증에 따른 제조사들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제조사가 HBM 생산 비중을 확대하면서 DDR4 등 범용 D램 생산이 후순위로 밀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급자 우위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요의 허수를 보수적으로 제거해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환경"이라며 가격 주도권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램테크 열풍은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만들어낸 기형적 투자 형태"라며 "제조사의 재고 관리 정책이나 공정 전환 속도에 따라 시세가 요동칠 수 있는 만큼, 실수요를 벗어난 과도한 매집은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