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지난해 8월 정부 주도의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5개 정예팀 선발에서 탈락했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카카오톡'을 대대적으로 개편했지만, 사용자들의 반발로 원상복구에 나섰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은 국내 1위 앱 자리를 유튜브에 내줬고, AI 사업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현재 카카오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그래픽=손민균
지난해 11월 카카오 CA협의체 소속 정모 담당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자녀의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CA협의체 소속 직원들이 축의대에서 축의금을 받아 논란이 일었다. 당사자들은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직원들은 "상사가 부탁하면 그게 지시 아니냐" "윤리를 담당하는 임원이 이래도 되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모 담당은 이달 인사에서 직함만 책임경영위원회 위원장에서 그룹준법경영 담당으로 바뀌었다. 카카오의 한 관계자는 "언제부터인가 카카오에서는 논란이 있어도 책임을 묻지 않는 관행이 생겼다"면서 "제임스(정모 담당)를 등기이사로 올리려 한다는 이야기도 돈다"고 했다.
지난 2022년 삼성SDS에서 카카오로 이직한 개발 기획 담당 A씨. 15년가량 업력에도 그는 카카오에 왔을 때 답답함을 느꼈다. 업무 회의를 위해 사람을 모으는 것도, 자료 취합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카카오가 수평적인 문화라고 하지만, 외부 사람이 녹아들어 실력을 발휘하기에는 이질감에 대한 벽이 크다"며 "시스템이나 정책이 지금도 성숙하지는 못하다"고 했다.

'카무원(카카오와 공무원을 합성한 용어)'.

급변하는 인공지능(AI) 생태계 변화 속에서 카카오의 임직원들을 대변하는 단어다. 회사의 발전보다는 높은 연봉과 복지 제도에 안주, 절박함 없이 안일한 모습 그 자체다. 이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023년 12월 당시 문어발 논란, 시세조종 혐의 등으로 회사가 사면초가에 빠지자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마음가짐으로 과거 10년의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외친 것과 상반된 행보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가 창업자의 부재 속에서 카카오 내에 뿌리 깊게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김 창업자는 위기감이 있지만 카카오를 이끄는 월급쟁이 임원진은 절박함이 없어 보인다"며 "(카카오가) 위기를 헤쳐나가지 못한 기존 경영진을 돌려쓰는 한계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2009년 겨울, 카카오톡 출시를 앞두고 카카오 전 직원이 참여한 강원도 홍천 워크샵./카카오

◇ 임원진 일탈에 불신·불만 커져… "신뢰·헌신 찾아보기 어려워"

카카오 안팎에서는 회사의 성장을 이끈 '카카오스러움'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수평적 조직 문화와 자기주도성을 꼽아왔다. 하지만, 창업자의 부재 속에서 리더십과 전략이 실종되면서 임원진의 반복적인 일탈이 빚어지고 있다.

직원들의 사기를 꺾은 대표적 사례가 정규돈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에 대한 인사다. 그는 2021년 8월 카카오뱅크 CTO로 근무했는데, 회사가 상장한지 3일 만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약 66억원의 차익을 거두며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일신상 이유로 회사를 떠났지만, 카카오는 2024년 1월 카카오 CTO로 그를 다시 불렀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와 카카오의 외부 감시기구 '준법과신뢰위원회'가 정 CTO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카카오는 인사를 강행했다. 정 CTO는 올해 1월 임기 만료로 퇴사했다.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직원들의 불신·불만도 커지고 있다. 실제 카카오 내 차별 및 괴롭힘, 부패·뇌물 등을 익명으로 신고하는 '핫라인 제보'는 2020년 7건에서 2024년 18건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임직원들이 영어 이름을 쓰면서 수평적 조직 문화를 표방하던 전통도 퇴색되고 있다. 카카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조합원 대상 자체 실태 조사 결과 68%가 동료에 대한 폭언 및 고압적인 자세를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카카오 인사 총괄 부사장 출신 황성현 퀀텀인사이트 대표는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많은 회사들이 시도하는 수평적 소통은 아이디어를 끌어내 혁신과 발상 전환을 위한 것인데, 이름을 영어로 바꾼다고 가능해지는 게 아니다"라며 "수평적 조직에 맞는 일하는 방법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으니 (수평적 조직의) 성과가 나지 않는 곳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한 직원은 "경영진부터가 한탕주의가 가득한데 지금 카카오에서 신뢰와 헌신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수평적 문화가 겉으로 보기엔 좋지만, 윗사람 입장에서는 일을 편히 못 시키고 눈치 보기만 늘어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 비전 찾던 인재들, 이제는 고연봉·보상 제도 쫓아 입사

기업의 경쟁 척도로 불리는 입사선호도도 추락하고 있다. 과거 카카오에 입사하고 싶은 인재들이 자신의 성장 가능성과 카카오의 비전을 봤다면 지금은 높은 급여와 복리후생을 매력으로 느끼는 모양새다.

인크루트가 발표하는 '대학생이 꼽은 일하고 싶은 기업' 순위에서 카카오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1위에 올랐다. 본인의 성장과 기업의 미래가 유망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023년과 2024년 순위가 3위로 밀리더니 지난해에는 6위까지 떨어졌다. 카카오에 입사하고 싶은 이유도 우수한 복리후생, 만족스러운 급여와 보상 제도로 바뀌었다. 카카오의 한 직원은 "대학생들의 카카오를 선호하는 이유 변화가 현재 카카오 경영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며 "(회사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절박함은 없다"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인사 전략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카카오 내 '숨은 권력자'라는 논란이 불거진 황태선 CA협의체 인사전략담당이 이달 인사에서도 직함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실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거버넌스 논란과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 등에도 최근 인사에서 인적 쇄신에 나서지 않았다. 카카오 내부 관계자는 "인적 쇄신 없이는 앞으로도 어떤 변화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에 가장 위험한 게 이너서클(내부 핵심 권력 집단)이 중심이 된 회전문 인사"라며 "(현 체제는) 내부적으로 안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