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2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스타링크 시대의 이동통신: 위성-지상망 공존 시대를 향한 한국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제248회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홍아름 기자

"현재 지상망은 지구 표면의 14%만 모바일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약 85%의 공백은 6G를 기반으로 한 우주 위성망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이문규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위성 후발 주자인 한국은 전 세계 지상망의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우주로 확장하는 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입니다." (최지환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2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스타링크 시대의 이동통신: 위성-지상망 공존 시대를 향한 한국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제248회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최근 스페이스엑스(SpaceX)의 스타링크(Starlink)를 비롯한 저궤도 위성 통신 서비스 확산으로 이동통신 환경이 위성-지상망 공존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글로벌 통신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한국의 대응 전략을 활발히 논의했다.

이문규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다이렉트 투 셀(Direct-to-Cell·스마트폰이 위성과 직접 통신하는 방식)과 비지상 네트워크(NTN)의 기술 현실: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아직 어려운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다이렉트 투 셀 방식으로 1만5000개의 기지국을 위성으로 올리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스타링크가 전 세계 다이렉트 투 셀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과한 우려"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이렉트 투 셀 방식은 이용자가 기존 통신망 외 지역에서 위성 운영자의 설비를 이용하는 형태로 '로밍' 개념에 준하는 전략적 접근이 가능하다"며 "결국 비지상 네트워크는 이동통신망의 보조 수준으로 역할을 해 위성 통신 사업자와 지상 통신사가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지환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선택지: 위성-지상망 공존을 위한 미래 대응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한국은 후발 주자로서 외부 위성망을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AI, 반도체, 엣지 컴퓨팅, 데이터센터, 전력망 등 지상의 모든 핵심 기술을 우주로 확장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서는 KT나 SK텔링크가, 개인 사용자 대상으로는 스타링크코리아가 정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미국은 스타링크를 중심으로 민간 주도로 우주 경제 모델을 완성했고, 유럽은 자체 위성망 구축과 스타링크를 활용하는 이원화 전략을 쓰고 있다. 일본은 B2B 영역에서는 소프트뱅크나 스타링크를 활용하고, 일반 개인 사용자를 대상으로는 스타링크 외에도 자국 사업자인 라쿠텐이나 NTT가 다이렉트 투 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1만3000개의 위성을 배치해 미국에 대항하는 우주 인프라를 구축했다.

김승조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 역시 '스타링크 체계의 현황과 그 이후'를 주제로 발표하며 "한국이 우주 경제를 구현하려면 기존 거대 산업 분야와 우주 기술이 융합해 새로운 큰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저궤도 중심으로 한 위성 통신이 세상을 사로잡을 것"이라며 "핵심은 전력과 냉각 문제를 우주에서 해결한다는 것인데, 방사선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주 경제에서 한국은 AI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추진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 현재까지 지구 저궤도에 9000개가 넘는 위성을 쏘아올렸다./테스매니안

◇ "스타링크 시대, 승부는 '발사 속도'가 아니라 '표준·생태계'"

발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저궤도 위성 통신이 가져올 기회와 함께, 이를 상용 서비스로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기술·표준·사업적 허들을 놓고 논의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위성-지상망 공존 시대의 핵심이 '누가 더 빨리 위성을 띄우느냐'만이 아니라, 표준을 선점하고 필수 기술을 확보하며 한국에 유리한 시장과 서비스부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심병효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위성 통신이 수백㎞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이뤄지는 만큼 기술적 난제가 뚜렷하다고 짚었다. 그는 "거리가 멀수록 신호가 약해지는 문제(경로 손실)로 통신 품질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전파가 빛의 속도로 이동해도 거리 자체가 길어 지연이 생긴다"며 "또 위성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통신 상대가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연결을 끊김 없이 넘겨주는 기술(핸드오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안테나와 위성 전력·안테나 설계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심 교수는 위성끼리 직접 연결해 데이터를 중간에서 갈아타며 보내는 방식(위성-위성 간 링크)이 확산될수록, 비효율적인 우회 경로를 줄이는 위성 간 라우팅(데이터가 갈 최적의 길을 정하는 기술)이 중요해진다고 밝혔다. 그는 "후발 주자일수록 네트워크 관점의 기술 경쟁력이 핵심"이라며 "스마트폰이 위성과 직접 통신하는 다이렉트 투 셀 방식은 휴대전화의 배터리와 안테나 크기에 한계가 있어, 결국 부담이 위성으로 넘어간다. 위성의 출력과 안테나 요구 조건이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문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성통신연구본부장은 표준이 곧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한국의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이 본부장은 "세계적인 이동통신 표준화 기구 3GPP를 중심으로 NTN 표준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한국이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며 "표준 기반 역량이 축적될 경우 국내 산업 생태계가 글로벌로 확장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래 경쟁 축으로는 AI 기반 지능형 위성 통신, 통신과 정밀 위치·항법·시각(PNT) 기능을 결합하는 서비스, 관측(센싱)과 통신을 통합하는 방향이 있다"며 "표준 기반으로 시스템을 만들면 국가 간·기관 간 위성 공유와 국제 협력이 쉬워지고, 수출 기회도 열린다"고 덧붙였다.

이종식 KT 미래네트워크연구소장은 통신 사업자의 시각에서 "스타링크가 위성 인터넷과 다이렉트 투 셀을 앞세워 상용화에 나섰지만, 실제 체감 속도와 용량, 그리고 가격 부담을 감안하면 시장을 흔들 수준의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 "위성망이 큰 임팩트를 주려면 비용이 더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수요만으로 독자 위성망을 구축해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며 "데이터센터나 부가 기능 탑재, AI 데이터 증가로 증설 부담이 큰 해저케이블 보완 등 추가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