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중견 게임사 웹젠이 위기에 직면했다. 9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한 창업자 김병관 전 이사회 의장의 '책임 경영' 의지에도 불구하고, 수백억원대 사법 리스크와 야심작의 서비스 파행이 겹친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웹젠은 최근 오픈월드 액션 RPG(역할수행게임) '드래곤소드' 개발사 하운드13으로부터 퍼블리싱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지난 1월 출시 직후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며 '뮤(MU)' IP(지식재산권) 의존 구조를 완화할 신작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서비스 개시 한 달 만에 계약이 파기됐다.
하운드13은 계약금 잔금 미지급과 마케팅 미흡을 해지 사유로 제시했다. 반면 웹젠은 개발 일정 연기 요청을 수용하고 일부 미니멈 개런티를 선지급했으며, 추가 운영 자금 투자도 제안했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계약 경위를 둘러싸고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웹젠은 출시 이후 발생한 결제 금액 전액을 환불하기로 결정했으며, 결제 기능을 중단한 상태다.
퍼블리싱 계약 해지 자체가 게임업계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 넥슨이나 드림에이지(옛 하이브IM) 역시 개발사와의 협의 끝에 계약을 종료한 사례가 있다. 다만 출시 이후 서비스가 진행 중인 게임에서 전액 환불까지 이어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신작 성과가 절실한 시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사법 리스크도 남아 있다. 웹젠은 엔씨소프트와의 '리니지M' 관련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웹젠의 'R2M'이 엔씨소프트의 성과물을 무단 이용했다고 판단하고 169억1820만9288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이는 국내 게임업계 저작권·부정경쟁 관련 소송에서 확정된 배상액 가운데 최대 규모다. 웹젠은 상고 및 강제집행정지 신청 계획을 밝혔다.
실적도 악화됐다. 웹젠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744억원으로 전년 대비 18.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97억원으로 45.5% 줄었다. 기존 게임 매출의 하향 안정화와 신작 출시 지연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5년간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해온 뮤 IP 의존 구조 역시 여전하다. 해외 매출 비중이 49%까지 확대됐지만 국내 매출 감소폭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했다.
시선은 경영에 복귀한 김 전 의장에게 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내이사로 복귀한 김 전 의장은 28.47%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중장기 전략 수립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웹젠은 연내 자체 개발 서브컬처 신작 '테르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지만, 신작 흥행과 외부 개발사와의 신뢰 회복이 선행 과제로 꼽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형사 중심으로 자본력과 개발 인력이 집중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중견 게임사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며 "기존 IP 매출이 둔화되는 시점에 신규 IP가 빠르게 안착하지 못하면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웹젠의 경우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견 게임사들이 공통으로 겪는 구조적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