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라피더스가 2나노미터(㎚·1억분의 1m) 공정 상용화를 위한 실무 단계에 들어섰다.
19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이달 초 초기 고객사를 대상으로 2나노 공정용 설계 키트(PDK) 배포를 시작했다. 이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이 해당 공정에 맞춰 칩 설계를 검토할 수 있는 기초 환경이 갖춰졌음을 의미하며, 기술 시연 단계를 넘어 실제 비즈니스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대목이다.
라피더스는 최근 홋카이도 지토세 공장에서 2나노 GAA(Gate-All-Around) 트랜지스터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으며, 목표로 했던 전기적 특성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자체 기술이 아닌 미국 IBM으로부터 이전받은 공정 기술을 일본 내 설비에 구현한 단계다. 40나노 공정에 멈춰있던 일본이 수세대를 건너뛰어 최첨단 공정의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 시장의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반도체를 국가 안보 핵심 자산으로 규정하고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투입된 누적 예산은 2조 9000억엔(약 27조원)에 달하며,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총 50조엔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특히 TSMC와의 협력을 통해 구마모토 공장에 3나노 공정을 유치하는 등 대외 협력 비중을 높여 기술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
국제 정세 측면에서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수요가 라피더스의 기회요인으로 꼽힌다. 기술 파트너인 미국 IBM은 라피더스에 대해 직접 자본 투자를 검토하며 당국 심사를 진행 중이며, 애플과 구글 등 주요 팹리스 기업들도 공급처 확보 차원에서 초기 협의에 나서고 있다. 미·일 반도체 공급망 동맹이 일본의 제조 기반 복원을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라피더스의 행보를 주시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과거 반도체 패권을 쥐었던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파운드리 비즈니스의 핵심인 '수율 관리'와 '양산 안정성'은 전혀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엘피다 메모리나 재팬디스플레이(JDI) 등 과거 일본 정부 주도 프로젝트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던 사례를 들어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대규모 자금과 외교력을 동원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나 TSMC 수준의 제조 완성도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 양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