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중국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설비 투자를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적인 '메모리 대란'으로 D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을 앞두고 있는 만큼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설비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CXMT에 장비를 납품하는 한국 반도체 장비기업들은 수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CXMT는 이르면 올해 2분기부터 신규 장비 발주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CXMT는 올 상반기 IPO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약 290억위안(약 6조1140억원)의 자금을 수혈하게 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CXMT가 웨이퍼 기준 최대 월 4만장 규모의 설비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XMT는 그동안 대대적인 설비 투자에 나섰지만, 미국의 반도체 산업 규제 등으로 최근 생산 능력 확대 속도가 둔화됐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세와 맞물려 D램 수요가 급증하자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메모리 대란'이 자국 시장에서도 벌어지면서 생산 능력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CXMT가 올해 4세대 HBM(HBM3)을 양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설비 투자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CXMT는 화웨이 AI 칩에 들어가는 HBM3를 양산해 공급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CXMT의 장비 발주 재개 조짐에 국내 장비업계도 공급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과 넥스틴, 미래산업 등이 CXMT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웨이퍼 표면에 얇고 균일한 막을 쌓는 원자층 증착(ALD) 장비를, 넥스틴은 웨이퍼 표면의 미세 결함을 검사하는 장비를, 미래산업은 패키징이 완료된 반도체 칩을 검사하는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낸드플래시 제조사인 YMTC도 올해 상장에 나선 뒤, 설비 투자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중화권 매출 비중이 큰 반도체 장비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12억원에서 올해 856억원, 넥스틴은 지난해 적자에서 올해 391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IR협의회는 미래산업의 올해 영업이익이 201억원으로 전년(약 91억4265만원)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국이 자국산 장비 활용을 장려하면서 국내 장비 업계에 수혜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자국 반도체 제조 장비의 채택률은 약 35%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설정한 2025년 목표인 약 30%를 웃도는 수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업계가 내재화에 사활을 걸면서 반도체 장비 기술력도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왔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