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오 아모데이가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앤트로픽 제공

"개발자가 더 이상 코드를 한 줄도 쓰지 않는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발언은 최근 소프트웨어 업계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보조 도구를 넘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진화하면서, 개발 현장의 역할과 기업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와 오픈AI의 '코덱스'가 맞붙은 AI 코딩 전쟁은 이제 개발 생산성을 넘어 기업가치 수백조원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12월 이후 사내 최고 수준의 개발자들이 단 한 줄의 코드도 직접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내부 AI 시스템 '홍크(Honk)'와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를 결합해 코드 작성부터 테스트, 배포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는 설명이다. 엔지니어가 출퇴근길 스마트폰 슬랙(Slack) 메시지로 버그 수정이나 기능 추가를 지시하면, AI가 작업을 완료하고 새 버전을 전송한다. 개발자는 이를 검토해 프로덕션에 반영한다. 과거 수일이 걸리던 업무가 수분 내 끝나는 구조다.

구스타브 쇠데르스트룀 스포티파이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AI 코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음악 취향과 맥락을 이해하는 독자적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한 코드 생성이 아니라 자사 서비스 구조와 사용자 데이터를 이해하는 에이전트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선 기업이 앤트로픽이다. 앤트로픽은 최근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 등이 참여한 시리즈G 투자에서 300억달러(43조2600억원)를 조달하며 기업가치를 3800억달러(약 547조9600억원)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9월 1830억달러에서 5개월 만에 두 배 이상 뛴 수치다. 연 환산 매출은 140억달러 수준으로, 최근 3년간 매년 10배 이상 성장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크리슈나 라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클로드는 기업 운영에서 점점 더 핵심적인 도구가 되고 있다"며 "이번 자금 조달은 이런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로고./연합뉴스

특히 AI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는 출시 6개월 만에 연간환산매출(ARR) 10억달러를 기록했다. 코드 작성에 그치지 않고 테스트 실행과 오류 수정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구조가 기업 고객을 빠르게 끌어모았다. 여기에 일반 사무직을 겨냥한 '클로드 코워크'를 출시하며 법률 검토, 재무 분석, 문서 작성 등 전문 소프트웨어 영역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충격은 자본시장으로 번졌다. '클로드 코워크' 공개 직후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등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가 급락하며 하루 만에 약 3000억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사용자 수 기반 구독 모델(SaaS)이 AI 에이전트에 의해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오픈AI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 코딩 특화 모델 'GPT-5.3-코덱스'를 출시한 뒤 일주일 만에 이용량이 50% 급증했다고 밝혔다. 전체 사용자 수는 60% 이상 늘었고, 전용 앱 다운로드는 100만건을 돌파했다. 코덱스는 터미널 환경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TerminalBench 2.0'에서 76%의 성공률을 기록하는 등 고난도 작업 수행 능력을 앞세우고 있다.

오픈AI는 현재 최대 1000억달러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진행 중이며, 코덱스가 클로드 코드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는 내부 데이터를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역시 '제미나이 코드 어시스턴트'를 통해 에이전트형 기능을 강화하며 기업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생성형 AI는 오픈AI와 구글 중심으로 흘러왔지만, 기업 시장에서는 코딩에 특화된 모델로 평가받아 온 앤트로픽이 예상보다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B2B 시장은 실제 업무 대체력이 핵심인 만큼, 최종 주도권이 기존 구도대로 굳어질 것이라고 보긴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