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 사옥./뉴스1

펄어비스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1·2분기 적자에 이어 3분기 한 차례 흑자를 냈지만 4분기 다시 적자로 전환하며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기존 라이브 서비스 타이틀이 매출을 방어했으나 신작 공백이 길어진 영향이다. 다만 7년간 개발해 온 신작 '붉은사막'이 오는 3월 글로벌 동시 출시를 앞두면서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붉은사막'의 성과는 단순한 신작 흥행을 넘어, 펄어비스의 체질 전환과 국내 게임사의 AAA 콘솔·패키지 시장 경쟁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검은사막·이브' 선전에도… 신작 투자·구조조정 비용에 발목

펄어비스는 12일 작년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기준 4분기 매출은 955억원, 영업손실은 84억원, 당기순손실은 1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10.6%,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연간 기준 매출은 3656억원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148억원, 당기순손실 7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4분기 영업비용은 전분기 대비 8% 증가한 1039억원이었다. 인건비는 자회사 구조조정에 따른 일시적 비용과 '붉은사막' QA 및 개발 인력 증가 영향으로 507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말 기준 전체 인원은 1363명, 이 중 개발 인력은 793명으로 58%를 차지했다.

조미영 펄어비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붉은사막 출시가 임박한 만큼 실제 판매로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출시 전까지는 관련 비용이 평소 대비 증가하겠지만, 출시 이후에는 분기 평균 수준으로 낮아져 연간 기준으로는 부담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IP는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검은사막'은 신규 클래스 '세라핌'과 '솔라레의 창' 신규 시즌을 선보였고, 콘솔에서는 '아토락시온'과 '에다니아' 업데이트를 빠르게 적용했다. 모바일은 '아침의 나라' 시리즈 확장과 신규 시즌 개편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이브 온라인'은 확장팩 'Catalyst' 업데이트 이후 이용자 재활성화와 참여도 증가로 코로나 이후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조 CFO는 "검은사막은 출시 11년 차에도 전년 대비 소폭 매출이 증가하며 장수 게임으로서 입지를 이어갔다"며 "이브 역시 서비스 22년 차에도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 독자 엔진으로 빚은 AAA급 완성도… "700만장 판매 기대"

시장의 관심은 붉은사막에 집중되고 있다. 2019년 첫 공개 이후 약 7년간 개발된 이 작품은 당초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로 기획됐으나, 싱글 플레이 중심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로 방향을 전환했다. 펄어비스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본격 패키지형 대작이다.

붉은사막은 스팀 등 주요 플랫폼에서 위시리스트 200만을 돌파했고, 북미·유럽 주요 지역 사전 예약 순위 상위권에 진입했다. 글로벌 주요 미디어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북미 최대 게임 매체 IGN은 'IGN First'를 통해 전투 시스템과 오픈월드, 보스전을 6편에 걸쳐 조명했고, MMORPG.com은 2026년 최고 기대작으로 선정했다. 영국의 TechRadar, 독일의 GameStar 등도 그래픽과 오픈월드 완성도를 높게 평가했다.

붉은사막의 기술적 핵심은 자체 엔진 '블랙스페이스 엔진'이다. 상용 엔진 대신 독자 엔진을 고수하며 오픈월드 규모, 물리 연산, 실시간 환경 변화를 구현했다. 공개된 시연 영상에서는 로딩 없는 필드 이동과 환경 상호작용 기반 전투, 날씨 변화에 따른 전투 감각 차별화가 확인됐다.

펄어비스의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신작 '붉은사막' / 펄어비스

펄어비스는 출시를 앞두고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2월 말부터는 글로벌 미디어와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신규 콘텐츠를 공개하는 오프라인 프리뷰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광범위한 플랫폼 데모는 진행하지 않는다. 회사 측은 "오픈월드 특성과 출시 마무리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플랫폼을 통한 광범위한 데모는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펄어비스는 3월 20일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붉은사막'을 전 세계 동시 출시한다. 패키지 판매 중심 구조인 만큼 초기 매출 비중이 클 전망이다. 흥행에 성공할 경우 단기간 실적 개선은 물론, IP 확장과 후속 콘텐츠를 통한 중장기 수익 기반 마련도 가능하다.

증권가도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목표주가를 6만2000원으로 상향하며 "붉은사막 출시 후 21개월간 696만장 판매를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으며, 중국 성과에 따라 900만장 이상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손익분기점은 300만장 안팎으로 거론된다.

한편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출시 이후 로드맵도 제시했다. 붉은사막 출시 이후 '도깨비'와 '플랜8'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블랙스페이스 엔진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차기작부터는 개발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도깨비 출시 일정과 관련해 조 CFO는 "붉은사막의 준비 경험을 고려해 볼 때 게임 완성 후에도 최소 1년여 정도의 출시 준비 기간이 필요했던 만큼, 붉은사막 출시 이후 약 2년여 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도깨비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붉은사막 출시 이후 올해 중 더 자세히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