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시가 반도체 산업 투자 펀드에 55억위안(약 1조1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반도체 굴기에 고삐를 당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산업 규제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주도의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와 메모리 반도체 기업 CXMT, YMTC를 지원한 것처럼 미국의 규제 영역인 첨단 반도체 장비 기업 등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1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시는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설립한 '상하이 반도체 산업 투자 기금'(SSIIF)의 3단계 투자 자본금을 55억위안 증액해 60억위안으로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기존 규모보다 11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SSIFF는 2016년 설립돼 상하이 소재 반도체 기업들에 투자를 지속해왔다. SCMP에 따르면, 지난 2016년과 2020년에 설립된 SSIIF의 1단계, 2단계 펀드 총 자본금은 각각 240억위안(약 5조119억원)으로, 이를 고려하면 3단계 펀드 자본금 규모도 추가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 규제가 심화되면서, 중국 중앙·지방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 기금을 조성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해 왔다. 중앙 정부는 상하이시와 별개로 2014년 1기 반도체 기금(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영어명 빅펀드)을 조성해 반도체 기업을 지원해왔다. 중앙 정부가 설립한 펀드 자본금 규모는 1기 1380억위안(약 28조8144억원), 2기는 2000억위안(약 41조7680억원), 3기는 3440억위안(약 71조8409억원)이다.
중앙 정부의 3기 투자 펀드 지원 분야가 미국의 규제 영역인 첨단 반도체 장비 등에 집중된 만큼, 상하이시의 펀드도 반도체 장비 내재화에 집중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규제에 맞서 반도체 장비 내재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가 1월에 발표한 자료에서 중국의 자국 반도체 장비 비율이 2024년 25%에서 2025년 35%로 상승해 목표치인 2025년 30%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반도체 기업이 부족한 기술력에 저조한 수율을 기록해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정부 지원의 영향이 컸다. 정부의 자본 수혈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제고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저조한 기술력과 수율에 막대한 적자를 기록해도 정부가 이를 메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육성하는 전략"이라며 "미국의 규제가 심화되고 있는 영역에서 기술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중국 반도체 펀드는 CXMT와 YMTC, SMIC 등 중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을 육성하는 데 앞장선 바 있다. 지난 2014년 중국 중앙 정부의 1기 빅펀드 조성 이후 CXMT는 대만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제치고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뒤를 이어 4위 자리에 올랐으며 YMTC는 국내 반도체 기업이 적층 기술을 차용할 만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거듭났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와 화홍반도체도 중국 팹리스 기업의 반도체 제조 수요를 독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