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디스플레이 혁신사업단장(홍익대 교수)이 12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융합 산업 전망 포럼'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정두용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의 적용 범위가 거대언어모델(LLM)을 넘어 로봇·자동차·제조 장비 등으로 확대되면서 디스플레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디지털 공간에서 작동하던 AI가 현실 세계로 나와 행동하는 '피지컬 AI' 시대가 개막하면서, 디스플레이가 단순한 시각 출력 장치를 넘어 '물리적 인터페이스'로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12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디스플레이 융합 산업 전망 포럼'을 개최했다. 산업통상부·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주최하고 한국디스플레이연구조합·디스플레이혁신공정플랫폼구축사업단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서는 'CES 2026'을 통해 나타난 기술 변화를 짚고, 디스플레이 응용 시장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는 세계 최대 IT 전시회다. 올해 행사에서는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나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로봇들이 대거 공개됐다. AI 기술을 접목해 정해진 동작을 수행하는 식의 기술 시연이 이뤄졌다.

이날 포럼에서 발표를 진행한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가 지능형 환경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확장되는 흐름이 관측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로봇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인간과 교류하는 상황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이에 따라 감정을 표현하는 장치로서 디스플레이가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모빌리티·스마트 공간·확장현실(XR) 등 새로운 사업 영역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이대의 딜로이트 컨설팅 파트너(전무)가 12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융합 산업 전망 포럼'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정두용 기자

'모든 움직이는 것에 AI가 살아있다'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이대의 딜로이트 컨설팅 파트너(전무)는 "로보틱스 기술은 CES 2026을 기점으로 AI 탑재 수준을 넘어 '실증'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며 "모든 하드웨어가 AI와 결합해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면서 디스플레이 역시 단순 패널을 넘어 공간과 인간을 잇는 핵심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도 "로봇 전면은 물론 공간형·투명 등 새로운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AI의 의도를 전달하는 핵심 매개체가 될 것"이라며 "인간과 AI의 소통을 완성하고 상용화를 이끄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석 디스플레이 혁신사업단장(홍익대 교수)은 이런 흐름에서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의 중요도가 높아졌다고 봤다. 그는 "디스플레이는 기기와 소통하는 역할을 해야 해 과거처럼 단순히 화질의 고도화가 아니라 AI와의 결합이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라며 "AI에 적합한 새로운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선점해야 시장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다. AI·시스템 중심 디스플레이와 저전력 기술, 새로운 폼팩터·센서 융합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을 인식할 수 있는 '오감형 센싱' 기술이 디스플레이 산업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것이다.

김 단장은 이와 함께 TV 같은 전통적인 디스플레이 적용 산업 분야도 우리나라가 중국에 쉽게 주도권을 넘겨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TCL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인수했다. 한국 기업은 중국 LCD 공장을 운영하며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TCL은 흑자를 올렸다는 게 김 단장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 정부의 LCD 지원을 받지 않고도 자체적인 비용 절감 노력으로 흑자를 달성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도 비용 절감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곽수진 한국자동차연구원 본부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융합 산업 전망 포럼'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정두용 기자

자동차·XR 등에 접목되는 디스플레이 분야에 한국 산업계가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변춘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은 "XR 기술이 AI 글라스 중심의 일상형 인터페이스로 전환되고 있고, 구글·퀄컴·삼성·XREAL을 축으로 한 안드로이드 기반의 기술 협력과 공간 컴퓨팅 생태계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XR 기기가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많은 분석이 있음에도 한국은 투자에 소극적이고 산업계 역할도 보수적으로 바라봐 문제"라고 했다.

곽수진 한국자동차연구원 본부장은 "미래 모빌리티 경쟁의 척도는 주행 성능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와 사용자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향후 플랫폼·서비스·에너지를 하나로 통합하는 역량이 기업의 경쟁 우위를 결정짓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이번 포럼과 같은 기술 교류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하고, 산업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글로벌 연계 확대해 공동 연구개발(R&D)을 추진하는 등 디스플레이 융합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