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기술 한계 돌파를 위해 연구개발(R&D) 시스템을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고, 고객 맞춤형 시장을 겨냥한 'HBM BTS' 전략을 공개했다. 앞서 삼성전자가 '기술의 삼성' 복귀를 선언하며 추격을 가속화하자, SK하이닉스는 AI 기반의 R&D 효율 극대화와 독보적인 패키징 솔루션을 앞세워 수성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성훈 SK하이닉스 R&D 공정 담당 부사장은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코리아 2026' 기조연설에서 AI 기반 R&D 시스템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이 부사장은 "앞으로 10년은 기술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개발 난이도를 겪게 될 것"이라며, 기존의 인력 투입 중심 방식에서 벗어나 시간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훈 SK하이닉스 R&D 공정담당 부사장이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에서 '메모리 기술의 전환점'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실제로 SK하이닉스는 물질 탐색 작업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과거 2년간 200여 명을 동원해 찾아냈던 신물질 탐색 작업을 AI로 대체하면 탐색 기간을 4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며, 적기에 신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케이던스(Cadence)'를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패키징 분야에서는 고객의 세분화된 요구에 맞춘 'HBM BTS' 컨셉이 제시됐다. 이강욱 SK하이닉스 패키지개발담당 부사장은 같은 날 AI 서밋에서 B(Bandwidth, 대역폭)·T(Thermal Dissipation, 열 방출)·S(Space Efficiency, 면적 효율) 등 성능별로 특화된 HBM 솔루션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HBM4E와 HBM5 등 차세대 제품으로 갈수록 고객사별 특화 요구가 증가하는 만큼,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포석이다.

적층 기술에 대해서는 16단까지는 독자 기술인 'MR-MUF'를 활용하되, 20단 이상의 초고적층 제품에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전격 도입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이 부사장은 "20단 이상의 제품을 정해진 높이 규격(775um) 내에서 구현하려면 어느 시점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삼성 '종합 반도체 시너지' vs SK 'HBM 1위 수성' 격돌

이날 세미콘코리아 2026은 국내 반도체 양사의 자존심 대결로 달아올랐다. 삼성전자가 송재혁 CTO를 통해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결합한 '시스템 아키텍처' 혁신과 HBM4 피드백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기술 복귀'를 선언하자, SK하이닉스는 실질적인 R&D 혁신 사례와 시장 점유율 1위(지난해 3분기 기준 57%)를 지탱하는 패키징 로드맵으로 맞불을 놨다.

업계에서는 양사 모두 차세대 제품인 HBM4 양산 체제 구축에 성공한 만큼, 향후 승부처는 하이브리드 본딩 등 선단 공정의 안정적 도입과 갈수록 파편화되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의 맞춤형 요구사항을 얼마나 정교하게 만족시키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