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초호황기에 돌입한 메모리 반도체 시황에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상·하반기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TV, 가전 등 DX(완제품)부문은 적자와 저수익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DS(반도체)부문의 실적 잔치에 가려져 부각되고 있지 않지만 삼성전자의 완제품 사업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와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생활가전(DA) 사업부는 올해 연간 최대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 둔화와 관세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가전제품이 보급형에 이어 하이엔드 시장 파이를 뺏어가 가격 방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국내외 증권사마다 관측은 엇갈리지만 삼성전자 완제품 사업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릴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VD, DA 사업부가 합산 3000억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연초부터 회복이 빠르지 않다는 관측이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인해 VD·가전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TV, 가전 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계절적 요인이나 지정학적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 때문이라는 점이다. 세계 최대 가전 업체 중 하나인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고지출·저수익을 기록해왔고, 올해부터는 적자가 지속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완제품 사업 자체가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산 가전에 대한 대책과 관세 리스크, 부품가 압박 등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TV의 경우 TCL·하이센스 등이 미니 LED·초대형 등 프리미엄 시장에 침투하면서, 삼성의 '프리미엄 중심 전략' 방어가 더 어려워졌다는 진단이다. 특히 QLED TV를 중심으로 삼성전자를 '카피'하는 전략을 추구해 온 TCL이 일본 소니의 TV 사업을 인수하면서 추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로 봐도 TCL의 추격 속도가 가장 빠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TCL의 글로벌 TV 출하량 점유율은 16%로 삼성전자(17%)와의 격차가 1%포인트(P)에 불과했다. 2024년 11월만 해도 4%P였던 격차가 1년 만에 크게 좁혀진 것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제외한 액정표시장치(LCD) TV 기준으로는 격차가 1%P 미만까지 줄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업체들은 미니 LED TV를 앞세워 '프리미엄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TCL은 'CES 2026′에서 미니 LED TV를 하이엔드 제품군으로 전면에 내세웠고, 가격 대비 대화면·고휘도를 앞세워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삼성과 LG가 주력하는 OLED보다 중국산 미니 LED TV 수요가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를 비롯한 통상 리스크와 가격 경쟁, 마케팅 비용 압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생산원가도 치솟고 있어 이익률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호황을 이어갈수록 역설적으로 삼성전자 세트(완제품) 부문은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VD·DA사업부의 제품 생산 계획이 반도체 부품 수급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모바일 사업 전문가인 노태문 DX부문장(사장)이 TV, 가전까지 총괄하면서 TV, 가전 사업이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트 사업의 우선순위를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에 역점을 두고 TV, 가전 사업의 경우 최대한 보수적인 기조로 운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의 경영진단, 감사 이후 VD, DA 사업부가 인력 효율화 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노 사장이 TV, 가전 등에 인공지능(AI) 도입 확대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피력했지만, 본질적으로 TV나 가전은 모바일과 달리 AI의 효용성과 활용도에 한계가 있다"며 "AI를 통해 가전 제품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한편 생산 효율성과 공급망 등에 대한 총체적 점검과 전략 수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