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 성장세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AI 서버 등에 들어가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가격도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I 서버의 전력 소모량이 일반 서버 대비 크게 증가하는 만큼 MLCC 탑재량도 3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여기에 AI 서버용 고부가 MLCC 시장을 일본 무라타와 삼성전기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어 공급 제한으로 MLCC 가격이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MLCC는 전자기기 회로에서 전기를 저장했다가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신호를 방해하는 물질을 제거하는 필수 부품이다. 머리카락 굵기 수준의 초소형 크기에도 수백 층의 세라믹과 금속판을 쌓아 대용량을 구현하며, 스마트폰(약 1000개), 전기차(최대 3만개) 등에 필수로 들어가 '전자 산업의 쌀'로 불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MLCC 현물 가격이 최근 20%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AI 서버를 중심으로 MLCC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났는데, 무라타와 삼성전기 등 주요 MLCC 기업의 생산 라인 가동률이 최대치에 이르면서 공급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 부족이 가시화되면서 MLCC 가격도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I 서버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해 고온·고용량 MLCC가 들어가는데, 고부가 제품을 대량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무라타와 삼성전기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무라타와 삼성전기의 MLCC 생산 라인 가동률은 90%를 상회하면서 사실상 '풀가동' 상태다.
전력 소모가 큰 제품일수록 전류를 제어하는 MLCC 탑재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에 일반 차량 대비 2~3배 규모의 MLCC가 들어가는 것처럼, AI 서버는 일반 서버 대비 3배 이상의 MLCC가 채용된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인 블랙웰이 탑재되는 서버의 경우 전작 대비 10배에 달하는 MLCC가 탑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라타와 삼성전기의 보수적인 생산 라인 증설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무라타와 삼성전기가 신규 설비 증설에 보수적인 전략을 견지하고 있는데, 이는 수급 불균형을 의도적으로 장기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AI 서버용 MLCC는 대대적인 신규 증설 없이도 기존 생산 라인 최적화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 제한된 공급 속에 판매가 상승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MLCC 사업의 호조로 올해 삼성전기의 실적 성장세도 가팔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기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2854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인상에 따른 IT 완제품 수요의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AI 서버가 견인하는 MLCC 수요로 양적, 질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며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1% 늘어난 1조2891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