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국제반도체박람회에서 CXMT가 DDR5와 LPDDR 등 D램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CXMT 홈페이지

글로벌 PC 제조업체 HP, 델 등이 D램 가격 폭등에 수급조차 원활하지 않자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CXMT를 대안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증 절차를 시작한 단계이며, 중국산 D램이 글로벌 PC 기업의 제품에 탑재된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현실성엔 의문 부호가 붙는다.

6일 중국 IT 매체 콰이커지(快科技)와 닛케이 아시아 등에 따르면 HP와 델을 비롯해 에이서, 에이수스 등 PC 업체들이 CXMT의 D램 사용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PC 업계에 따르면 채택이나 공급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검토 또는 인증(qualification) 단계 수준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HP와 델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으로부터 D램을 조달해 사용해왔다. 하지만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상당 부분의 생산 능력을 집중시키면서 PC나 모바일 등에 필요한 범용 D램 조달에 지장이 생겼다. D램 가격이 매월 급격히 상승하면서 PC 기업들 입장에선 원가 부담이 커졌다.

CXMT의 경우 D램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 불과 1~2년 전이기 때문에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 현재 CXMT가 생산하는 D램은 대부분 자국 시장에서 소비되고 있으며 D램 공정 역시 10나노 초반대 공정을 사용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달리 10나노대 후반의 구공정을 사용하고 있다.

콰이커지는 "CXMT와 HP, 델 등 글로벌 PC 기업의 접점이 생기면서 중국 내 반도체 공급망 업체들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하며 "CXMT의 협력업체들은 생산량 확대 주문을 받은 상태"라고 했다. 다만 PC업체 측의 설명은 이와 다르다. HP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 보유한 D램 재고에 따라 올 하반기까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수급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공급처 후보로 올려놓은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PC 업계에서는 현재 기술 수준에서 중국산 D램을 최신 PC 제품에 탑재하는 것에 대해 '다운그레이드'라는 반응이다. 주요 유통 채널의 한 관계자는 "현재 출시되는 PC 제품들의 사양을 고려해보면 10나노대 후반 DDR4 구형 D램을 넣는 건 비현실적인 이야기"라며 "PC뿐만 아니라 CPU(중앙처리장치)를 비롯한 플랫폼과의 호환성 문제도 남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PC 기업들이 CXMT를 앞세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D램 가격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해석하기도 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D램 평균 가격의 상승률 전망치는 당초 전분기 대비 55~60%에서 최근 90~95%로 상향 조정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올해 D램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공급자 우위로 판도가 돌아서면서 PC 기업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CXMT를 카드로 내세워 가격 협상을 유도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한 대학교수는 "중국에서 제기된 공급설이기에 모두 신뢰하기는 어렵지만, 시기적으로 봤을 때 PC 기업들이 극심한 D램 가격 인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PC에서 D램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중국산 D램을 채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