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에서 거래 재개와 동시에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때 실적 논란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지만, 최근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에 따른 기술적 가치의 재평가가 이뤄지는 모양새입니다.

상장 유지 결정과 함께 단행된 남이현 단독대표 체제로의 전환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경영 정상화 의지로 풀이됩니다. 이지효 전 공동대표의 퇴임은 사법 리스크 책임 차원으로 해석됩니다.

서울 강남구 파두 본사./뉴스1

파두는 2023년 8월 코스닥 상장 직후, 핵심 고객사였던 SK하이닉스의 발주 중단으로 매출이 급감하는 이른바 '어닝 쇼크'를 겪었습니다. 상장 당시 제시했던 장밋빛 전망과 달리 분기 매출이 수억원대에 그치자 사업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고, 이는 경영진의 매출 부풀리기 의혹과 검찰 기소로 이어졌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심사 서류의 중요사항 누락 등을 이유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판단, 최근까지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등 시장의 불신을 받아왔습니다.

지난 3일 상장 유지 결정과 함께 거래가 재개된 파두에 대해 시장은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 수주와 더불어 화이트라벨(브랜드 없는 완제품) SSD 계약을 성사시키며 실질적인 매출 확대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과거 지적됐던 특정 고객사 의존도를 낮추고 고객사를 다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칩 설계에만 머물지 않고 SSD 완제품까지 영역을 넓혀 사업의 펀더멘털을 보강하려는 시도로 풀이됩니다.

파두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AI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낸드플래시 컨트롤러의 역할이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파두의 주력 제품인 컨트롤러는 낸드플래시에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읽어오는 과정을 총괄하는 시스템 반도체입니다. 단순한 보조 부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류 보정(ECC), 수명 관리, 전력 효율을 결정짓는 스토리지의 '두뇌'와 같습니다.

AI 워크로드가 학습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데이터의 지연 없는 공급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고가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온전히 활용하려면 저장장치인 SSD의 입출력(I/O) 병목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파두의 저전력·고성능 설계 역량이 산업적 수요와 맞닿은 것입니다. 현재 글로벌 AI 전선은 '저장 용량'보다 '전력 효율과 처리 속도'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차세대 인터페이스 규격인 PCIe(데이터 전송 통로)의 전환은 파두에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PCIe는 반도체 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고속도로'와 같은데, 규격이 Gen4에서 Gen5, Gen6로 격상될수록 도로가 넓어지고 속도가 빨라집니다. 규격이 바뀔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설계 역량이 요구되는데, 파두는 초기부터 데이터센터용 저전력 아키텍처에 초점을 맞춰 Gen5와 차세대 Gen6 컨트롤러를 설계해 왔고, PCIe 전환 국면에서 대안으로 부상 중입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파두는 마벨, 파이슨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특히 저전력 설계 부문에서는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로부터 '압도적인 전력 효율'을 인정받아 업계 상위권의 기술 역량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다만 과제도 여전합니다. 주력 제품이 글로벌 IT 투자 사이클에 민감한 해외 특정 고객군에 쏠려 있으며, 화이트라벨 사업은 낸드 가격 변동에 따른 원가 관리 역량을 입증해야 합니다. 또한 차세대 PCIe Gen6 컨트롤러의 실제 양산 및 실적 연결 여부는 향후 파두가 기술적 우위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파두의 최근 흐름은 메모리 수퍼사이클과 AI 시대 스토리지 병목 해소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며 "다만 과거의 실망감이 컸던 만큼, 수주가 실제 안정적인 분기 실적으로 이어지는지를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