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는 '속도의 전쟁'에서 살아남는 기업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 오늘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제품을 배송해주는 쿠팡이나, 질문을 입력하면 몇 초 내로 답변을 주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 챗봇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는 설계 데이터와 제조 노하우, 회의 자료 등이 조직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 의사 결정이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모건 짐머만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최고경영자(CEO)는 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 기자간담회에서 '지식 가상화'를 기업 내 정보 파편화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기업 내 분산된 업무 지식을 AI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하는 지식 가상화를 통해 기업이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를 높이고, 인력·자금·전쟁·물류 등의 각종 불확실성의 흐름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목표다.
짐머만 CEO는 "기업은 과거부터 축적한 모든 지식과 노하우를 연료로 삼아야 '속도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식 가상화에서 AI는 기업의 지식과 노하우를 탐색해 연결하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과 설계를 만드는 식으로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는 "기업이 모든 업무 지식과 노하우를 가상화하면 버추얼 동반자(AI 비서)가 모든 작업을 지원할 수 있다"라며 "버추얼 동반자는 축적된 집단적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과 설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짐머만 CEO는 지식 가상화를 통해 기업들이 직면한 데이터 부족 현상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알고리즘보다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지만, 정작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라며 "지식재산권(IP) 보호를 명분으로 공용 데이터 접근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가상 환경에서 물리적으로 사실적인 합성 데이터를 생성하면 아직 세상에 내놓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도 예측 학습을 시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짐머만 CEO는 4000만달러 규모의 자산과 수백만 개의 메타데이터가 얽힌 한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을 예시로 들었다. 다쏘시스템의 버추얼 트윈(virtual twin) 기술과 원전의 설계, 건설, 조달 데이터를 접목하면 발전소의 시운전 순서를 최적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비서는 설치되지 않은 열교환기가 있다고 알려주거나 수많은 데이터 중에서 엔지니어가 집중적으로 처리해야 할 작업을 찾아주는 식으로 업무를 지원하게 된다.
또 기업이 공급망 충격에 직면했을 때 이전이라면 수십 명의 직원이 며칠에 걸쳐 엑셀을 돌려야 파악할 수 있었던 '33억달러 규모 손실의 영향' 자료를 AI는 즉시 계산해낸다. 이 자료를 토대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어떤 제품이 우선 순위에 있는지 결정하고, 구매 담당자는 공급망에서 문제가 되는 부품이나 요인을 즉시 식별해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짐머만 CEO는 "이는 모두 속도가 의사결정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라며 "기업들이 문제 해결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다쏘시스템은 지식 가상화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다쏘시스템은 자사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통해 지식 가상화에 나선 이탈리아 명품가구 몰테니 그룹의 사례도 소개했다. 몰테니 그룹은 가구 장인의 머릿속에만 존재하고, 도제식으로 전수되던 가구 제작 노하우를 가상화해 가구 제작 속도와 신입 디자이너의 학습 속도를 높여 업무 효율성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지난 1934년 설립된 몰테니 그룹은 최근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에 돌입했다.
안드레아 로에로 몰테니그룹 최고정보책임자(CIO)는 "품질과 장인 정신을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확장하는 게 목표"라며 "몰테니는 이탈리아 전역에 여러 브랜드와 공장을 두고 있지만, 회사 시스템이 70년 전 과거에 머물러 있는 바람에 그동안 규모의 경제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낙후된 시스템을 디지털화하고, 지식 가상화를 추진해 제품 품질을 유지하면서 출시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로에로 CIO는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하이엔드 가구 제조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공급망 전체의 리드타임(주문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라며 "솔리드웍스를 포함한 다쏘시스템의 솔루션을 선택한 이유는 제품의 시장 출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주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