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국내에서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구글 '제미나이'와의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챗GPT를 중심으로 한 이용 패턴이 고착화되며 우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챗GPT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429만9545명으로 집계됐다.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했던 2023년 7월 5만1552명과 비교하면 2년 반 만에 약 277배 증가한 수치다. 챗GPT는 2024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MAU가 100만명 안팎에 머물렀지만, 같은 해 하반기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해 12월 1384만명, 올해 1월 14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4월을 기점으로 성장 곡선이 급격히 가팔라졌다. 3월 509만명에서 4월 1072만명으로 한 달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이후, 5월부터 7월까지 1000만명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하반기 들어 다시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문서 작성, 번역, 학습 보조, 코드 작성 등 일상적인 작업 전반에서 활용되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경쟁 서비스들과의 격차는 수치상으로도 뚜렷하다. 구글 제미나이의 국내 MAU는 올해 1월 12만364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7240명에서 1년 만에 약 17배 늘어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절대 규모에서는 챗GPT와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같은 기간 챗GPT MAU가 300만명대에서 1400만명대로 확대된 것과 대비된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의 '그록(Grok)' 역시 국내에서 일정 수준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록의 국내 MAU는 지난해 3월 7만2809명으로 출발해 올해 1월 72만1293명까지 증가했다. 검열 수위가 낮고 직설적인 답변을 내놓는 특성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확산했다. 다만 여전히 챗GPT와의 격차는 20배 이상으로, 주력 서비스라기보다 보조적 활용에 머무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한국 시장의 구조적 특성으로 해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구글 생태계와 결합한 제미나이가 빠르게 추격하며 양강 구도가 형성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챗GPT가 가장 먼저 대중화에 성공하며 선점 효과를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센서타워와 시밀러웹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챗GPT의 글로벌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약 8억1000만명, 제미나이는 6억5000만명 수준으로 격차가 1.25배까지 줄었다. 분기 성장률은 챗GPT가 5%에 그친 반면, 제미나이는 30%를 기록했다. 웹 트래픽 점유율에서도 챗GPT는 하락세를, 제미나이는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한국 시장에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지메일, 독스 등 자사 서비스 전반에 제미나이를 통합하고 공격적인 할인과 번들링 전략을 펼치고 있음에도, 국내 이용자 다수는 여전히 챗GPT를 중심으로 AI 활용 패턴을 형성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챗GPT가 한국 시장에서 유독 강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배경으로 이른바 '락인(Lock-in) 효과'를 꼽는다. 한국 이용자들은 이미 챗GPT에 맞춰 프롬프트(명령어)를 학습했고, 문서 작성·번역·코딩 등 주요 업무 흐름이 챗GPT를 전제로 형성돼 있어 경쟁 서비스로 이동하는 데 따른 심리적·물리적 비용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한국에서는 '챗GPT'가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다"며 "일반 이용자들은 AI를 가볍게 사용할 때 굳이 다른 서비스를 찾아 쓰기보다는, 이미 널리 알려진 도구를 그대로 쓰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서비스가 성능이 개선됐다는 소식을 접하더라도, 익숙한 도구를 바꿀 만큼의 명확한 이유가 없다면 이용 패턴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