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다음 달 말 2026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윤영 차기 KT 대표이사 최종 후보에 대한 선임 절차를 진행합니다. 그는 현재 서울 광화문 근처에 사무실을 마련해 취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KT 지분 7.05%를 보유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했습니다. 주주로서 최소한의 권리만 행사하기보다는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국민연금의 움직임은 박윤영호에 득일까요, 실일까요.
언뜻 보면 박 후보의 취임 자체에 목소리를 내는 모양새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는 득보다는 실로 보입니다. 국민연금이 2023년 KT 대표 인선 과정에서 구현모, 윤경림 전 KT 사장에 반대 입장을 밝혔고, 이로 인해 이들의 선임이 무산된 바 있기 때문입니다. 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는 "과거 전례를 보면 KT가 민간 기업이라고 하지만 최종 후보 결정 당시 정부 측에서 추천한 인사가 있었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주총을 한 달 앞두고 뒤흔들기에는 부담감이 크다"라고 했습니다.
박 후보 입장에서 KT 이사회는 자신을 대표이사로 밀어준 고마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현 이사회가 변경해 놓은 규정들은 향후 경영활동에 걸림돌이 될 게 뻔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KT 속사정을 살펴보면 박 후보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지원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박 후보는 다음 달 말 취임 직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김영섭 KT 사장과 박 후보 간의 의견 조율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앞당기려고 했지만 이는 무산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박 후보 입장에서는 지난해 11월 KT 이사회가 대표이사가 부문장급 인사나 주요 조직개편을 단행할 경우 반드시 이사회와 사전 논의와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을 개정한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이사회가 대표이사의 주요 의사 결정을 거부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이사진이 회사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최근 L 사외이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KT 내 전략실과 재무실을 총괄하는 경영기획총괄 자리를 달라는 인사 청탁과 독일 리바다라는 인공 통신 업체에 투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마당에, 이사회의 과도한 권한은 박 후보 입장에서는 바꾸고 싶은 우선 과제입니다.
전문가들 역시 회사 정관이 상법을 기초로 하는데, 이는 이사회 규정보다 상위 개념이라 이사회에 조직개편을 승인받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KT의 한 임원은 "이사회가 조직개편을 승인하는 절차는 반드시 되돌려야 한다는 게 중론"이라며 "박 후보가 선임된 후에 이를 바꾸려면 시간도 오래걸리고 반발도 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정부의 이해관계와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KT 사외이사는 현재 7명으로 구성됐습니다. KT는 지난 2023년 구현모 전 대표 교체 과정에서 사외이사 8명 중 7명이 일괄 사퇴했습니다. 현 사외이사 7명 중 6명은 윤석열 정부 때 선임됐습니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최양희 한림대 총장, 윤종수 전 기후환경환경부 차관,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등 3명의 임기가 만료됩니다. 여기에 조승아 전 KT 사외이사가 겸직 위반으로 퇴임하면서 4명의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나머지 사외이사 4명 역시 논란은 있습니다. 지난해 초 KT 이사회는 임기가 만료된 이사 4명(곽우영 전 현대차 차량 IT개발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이승훈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회 민간 운영위원, 김용현 변호사)에 대해 형식적인 공모 절차만 거친 뒤 전원을 재추천했습니다. '셀프 연임' 논란이 불거진 것이죠.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사외이사 4명이 입맛에 맞는 사람이기를 원할 것이고, 4명이 교체되더라도 나머지 사외이사 4명도 모두 바꾸고 싶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연금 업무보고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연기금이 기업의 의사 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언급하며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며 "(의결 참여로) 기업의 경영을 좌지우지하지 않더라도, 이상한 일을 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통제를 해야 하지 않냐"고 했습니다. 국민연금은 최근 KT를 방문해 조직개편과 임원인사 단행 시 이사회 승인을 의무화한 이사회 규정 개정의 적정성, 지배구조, 주주권을 침해할 가능성을 물었다는 후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국민연금의 등판이 마냥 득일 수만은 없습니다. 과거 국민연금이 KT의 주요 주주로서 목소리를 낸 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이 박 후보가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시어머니 역할을 한다면 달갑지 않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KT 주식 보유 목적 변경에 대해 "개별 종목 현안에 대해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며 "인사권부터 조직개편까지 관여하기 시작한 사외이사에 대한 견제로 해석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