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중국 판매 호조 등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작년 4분기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메모리 대란 여파로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세에 AI 칩 수요도 늘어나면서 매출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메모리 반도체 부족으로 공급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AMD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도 PC 가격 상승과 출하량 감소로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각) AMD는 작년 4분기 매출이 103억달러(약 14조9453억원)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96억달러)를 상회한 것이다. 주당 순이익도 1.53달러를 기록, 예상치(1.32달러)를 웃돌았다. 올해 1분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AMD는 올해 1분기 매출을 95억~101억달러로 전망했다. 이 역시 시장 예상치(94억달러)를 상회했다. 하지만 주가는 시간 외 시장에서 6% 이상 하락했다.
AMD는 AI 산업 성장세와 함께 중국 내 판매 재개가 맞물려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AMD는 작년 4분기 매출 전망에서 제외했던 중국 시장을 겨냥한 AI 칩 'MI308' 매출액 약 1억달러(약 1454억원)를 이번 분기 실적 전망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에는 약 3억9000만달러(약 5669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AMD 경영진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첨단 칩 수출 제한을 강화한 후,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자사 MI300 시리즈 AI 칩의 수정 버전을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MI308은 엔비디아 H20 칩과 경쟁하며, 지난해 초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AMD가 올해 1분기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 전망을 내놓았지만, 시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AI 산업 성장세에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 영향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D램 평균 가격 상승률 전망치는 전분기 대비 당초 55~60%에서 최근 90~95%로 상향 조정됐다. 낸드플래시 또한 33~38%에서 55~60%로 올랐다.
HSBC는 "AI 산업의 강력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공급 제약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메모리 가격 상승은 AMD의 핵심 사업 부문인 개인용 컴퓨터 수요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으며, PC 가격 상승이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AMD는 AI 칩뿐만 아니라 CPU 시장에서도 강자인 인텔을 뒤쫓고 있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여파에 성장세가 주춤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로이터는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세가 서버 CPU 수요를 증가시켜 AMD에 유리하게 작용했으며, AMD는 경쟁사인 인텔의 점유율을 꾸준히 잠식해 왔다"면서도 "하지만 반도체 업계는 전 세계적인 메모리 칩 공급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이날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스코시스템즈 주최로 열린 'AI 서밋'에서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서 '2028년까지는 메모리 부족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고 들었다"며 "메모리 품귀 현상이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