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16단 48GB./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에 탑재될 10나노급 5세대(1b) D램 양산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엔비디아와 HBM4 품질 테스트가 완료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될 HBM4 물량 공급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1b D램 양산을 위한 웨이퍼 투입뿐만 아니라 청주 M15x 팹(Fab·공장) 증설, M16 팹 공정 전환을 통해 생산 능력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4에 탑재되는 1b D램 양산 램프업(본격화)을 이르면 이달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가 요청하는 HBM4 샘플 물량뿐만 아니라 베라 루빈에 들어가는 HBM4 물량 공급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HBM4 물량 공급을 위해 M15x에 연말까지 웨이퍼 기준 월 4만장 수준의 생산 능력을 신규로 확보하고, M16 공정 전환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가 요구한 상향된 HBM4 성능 요건을 상당 부분 충족했다는 내부 판단에 HBM4 양산에 고삐를 당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업계 처음으로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고 밝히며, HBM4 양산을 공식화했지만 엔비디아가 전송 속도 등 제품의 성능 요건을 상향 조정하면서 여러 차례 설계를 변경해 왔던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개발 착수 단계부터 지금까지 재설계 없이 성능 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혔으나, SK하이닉스는 설계를 변경해 오며 당초 예상보다 성능 요건 충족이 늦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가 'HBM4 2월 양산 공급'을 공식화하면서 공급을 둘러싼 속도전이 벌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HBM4 공급 물량은 지난해 계약이 완료됐지만, 엔비디아가 요청한 성능 요건에 최종적으로 부합하는 HBM4를 누가 먼저 공급하느냐는 기업이 현시점에서 보유한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비교해 한 세대 앞선 D램인 10나노급 6세대(1c)를 탑재하고, HBM4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직 다이에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보다 앞선 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하며 기술 우위를 자신한 만큼 그동안 1위 자리를 지켜온 SK하이닉스도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안정적인 수율을 바탕으로 사업성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1c D램을 HBM4에 적용한 만큼 제품 성능은 우위에 있을지 몰라도, 수율에서는 SK하이닉스가 앞설 수 있다는 것이다. HBM4는 12개의 첨단 D램이 탑재되는 만큼 D램 한 개의 수율이 중요하다. D램 공정 수율이 90%를 밑돌게 되면, 전체 HBM4 수율이 급격히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는 가격 경쟁력과 HBM 사업의 수익성과도 직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출시 일정을 고려할 때 2월부터 핵심 부품인 HBM4 공급이 본격화돼야 한다"며 "삼성전자가 이달 출하를 자신한 만큼 SK하이닉스도 엔비디아가 요청하는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양산 물량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발 빠른 공급으로 성능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사업성을 입증해 HBM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