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인공지능(AI)는 단순히 글이나 이미지를 생성하는 챗봇에 그치지 않고,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제조 지식을 갖춰야 합니다."
파스칼 달로즈 다쏘시스템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조지R.브라운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챗GPT, 제미나이 등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 챗봇은 묻는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있지만,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산업 현장에서는 제조업에 특화된 AI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현실 세계는 텍스트와 이미지로 이뤄진 게 아니라 물리 법칙, 소재, 에너지 제약으로 이뤄졌다"라며 "다쏘시스템이 구축 중인 '산업 월드 모델(Industry World Model)'은 수십 년간 고객사와 산업 현장에서 축적한 제조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이같은 '현실에서 작동하는 AI'를 활용하면 생산성을 10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올해 행사에서 다쏘시스템은 'AI는 챗봇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웠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95%는 AI 도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 대비 수익(ROI)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쏘시스템은 AI의 성공 여부는 챗GPT와 같은 소비자용 챗봇이 아니라 AI를 핵심 산업 과정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달로즈 CEO는 "우리는 전례 없는 가속의 시대를 살고 있고, AI가 주도하는 이 거대한 흐름은 제조 공정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라며 AI가 제품 설계부터 도면 제작, 시뮬레이션 등 제조 전반에 적용되면서 엔지니어링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AI는 엔지니어를 대체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엔지니어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포스 멀티플라이어(force multiplier)'라고 강조했다. AI가 엔지니어의 일자리를 뺏어갈 것이란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그는 "AI는 블랙박스도, 자동 조종 장치도 아닌 '동반자(companion)'"라며 AI가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엔지니어의 창의력과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쏘시스템은 이날 자사 핵심 설계 플랫폼인 솔리드웍스에 탑재한 AI 어시스턴트인 '아우라(AURA)', '레오(LEO)', '마리(MARIE)'를 선보였다. 솔리드웍스는 다쏘시스템의 대표 3D CAD(컴퓨터 지원 설계) 소프트웨어로, 제품 설계부터 도면 제작, 시뮬레이션, 3D 모델링 등 엔지니어링 전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아우라'는 프로젝트 전반의 지식과 맥락을 조율하고 '레오'는 엔지니어링과 추론을 담당한다. '마리'는 소재, 화학, 조성, 규제 등 과학 영역을 담당한다. 일례로 솔리드웍스에서 "해당 전동 하이드로포일의 날개에는 어떤 소재를 써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입력하면 아우라는 가능성을 탐색하고, 마리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레오는 이를 현실에서 적용해 작동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달로즈 CEO는 "가상 세계는 더 이상 현실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우리는 지금 가상 세계가 물리적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생성형 경제(Generative Economy)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생성형 경제의 핵심 자산은 설계·시뮬레이션·제조 노하우를 담은 지식재산권(IP)"이라며 "AI 시대 진정한 화폐로 부상한 IP의 생성을 지원하고 가치를 높이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다쏘시스템은 AI 기반 버추얼 트윈(Virtual Twin) 기술의 선두주자이다. 버추얼 트윈은 현실과 동일한 가상 모델을 구현한 기술로, 가상 공간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이를 기반으로 결과를 미리 예측해 제품·서비스를 최적화하는 데 사용된다.
다쏘시스템 연례 최대 규모의 기술 행사인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는 이달 1일부터 4일까지 휴스턴에서 열린다. 올해 행사에는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과 솔리드웍스 사용자와 전 세계 제조·설계 엔지니어 60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