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CES 2026에서 실물을 처음으로 공개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 16단 48GB'./조선비즈DB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을 선언한 가운데 HBM4 제조에 일부 사용될 것으로 예상됐던 하이브리드 본더 도입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 세메스, 한미반도체 등으로부터 납품 받는 TC 본더를 활용해 HBM4를 양산할 계획이다. 당초 하이브리드 본더 도입이 예상됐던 HBM4 16단 제품도 TC 본더로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의 스택(stack) 높이 등을 조정해 마이크로범프(미세 범프)로 D램을 쌓아올리는 기존 방식을 유지할 예정이다. 범프는 납과 같은 전도성 돌기를 말한다. 범프의 간격을 최대한 미세화해 마이크로 범프 기반의 적층 기술을 한 세대 더 끌고 간다는 의미다. 다만 삼성전자는 HBM4의 다음 세대인 HBM4E(7세대 HBM) 단계에선 하이브리드 본더의 일부 활용을 계획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본더의 경우 연구개발과 테스트를 진행 중이지만 대량 양산에 활용하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차세대 HBM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고 있다. 현재 HBM 제조에 쓰이는 TC 본더는 범프에 열과 압력을 가해 칩을 쌓아올인다. 이와 달리 하이브리드 본더는 별도의 범프 없이 칩을 붙일 수 있어 20단 이상 고적층칩 제조에 필수 장비로 평가받는다. 칩 사이에 범프가 없기 때문에 전기 신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어 반도체 성능을 높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HBM의 성능 목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하이브리드 본더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HBM4의 경우 이전 세대 대비 채널 수를 2배로 늘려 인터페이스 폭을 넓히고, 핀(신호선)당 신호 속도도 더 빠르게 끌어올렸다. 이를 위해 D램을 적층하는 HBM을 범프 없이 붙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 본더가 주목 받은 것이다.

다만 하이브리드 본더가 아직 양산성과 수율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일단 TC 본더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가장 큰 문제였던 피치 스케일링(범프·패드 간격 축소)과 관련해서는 HBM4에서 마이크로 범프 피치를 10마이크로미터(µm) 수준으로 내리는 방향으로 HBM4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설계로도 HBM4의 목표 성능에 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엔비디아는 두 회사에 HBM4의 성능을 핀당 11.7Gb/s 수준으로 요구했다.

시장조사업체 CTT리서치는 "지난해 8월 북미 고객사(마이크론)는 플럭스를 없애는 '플럭스레스(Fluxless) 본더'를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2028년으로 연기했다"며 "기존 TC 본더로도 국제반도체 표준협의기구(JEDEC)가 요구하는 사양을 충족할 수 있고, 플럭스레스 본더나 하이브리드 본더는 가격이 2배 이상 비싸고 수율은 50%도 안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열린 작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HBM4에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적용한 샘플을 고객사에 보냈고, HBM4E부터는 일부 사업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주력 HBM4E에도 여전히 TC 본더가 중용될 것이라는 게 삼성 안팎의 전언이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본더가 필요한 일부 고사양 제품군에는 활용할 여지가 있지만, 대량 양산에는 아직 TC 본더만큼 안정적이지 않다"며 "가격과 수율 등에서 개선할 부분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