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판교 사옥(왼쪽 상단), 엔씨소프트 판교 R&D 센터(왼쪽 하단), 넷마블 사옥(오른쪽). /각사 제공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지난해 대표 IP(지식재산권)의 건재와 대형 신작 흥행에 힘입어 양호한 성적표를 내놓을 전망이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 4조원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고, 부진에 빠졌던 엔씨소프트와 넷마블도 신작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화려한 외형 성장 전망 이면에는 이용자 이탈과 시가총액 급감이라는 구조적 위기가 짙게 깔려 있다.

◇ 실적 시즌 개막… 신작 효과로 숫자는 회복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오는 5일 넷마블을 시작으로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 돌입한다. 10일에는 엔씨소프트가 성적표를 공개하고, 11일에는 넥슨과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가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12일에는 NHN과 펄어비스가 실적 발표를 이어간다. 지난해 신작 흥행에 따른 '수확'을 확인하는 동시에, 이용자 감소라는 악재를 돌파하기 위한 각 사의 올해 전략을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실적 성장을 견인한 곳으로는 맏형 격인 넥슨이 꼽힌다. 증권가에 따르면 넥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3.7% 증가한 4조5594억원, 영업이익은 26.4% 늘어난 1조4112억원으로 추산된다. '메이플스토리' 등 기존 IP의 안정적인 매출에 더해 '아크 레이더스' '메이플스토리 키우기' 등 신작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한 덕분이다. 다만 최근 불거진 '메이플스토리 키우기'의 확률 조작 논란에 따른 전액 환불 조치는 올 1분기 실적에 상당한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리버스' '뱀피르' 등 자체 IP 기반 신작들의 연이은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2156억원) 대비 60% 이상 급증한 3454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24년 창사 이래 두 번째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고전했던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아이온2'의 흥행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아이온2는 출시 46일 만에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실적을 이끌었고, 이에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24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이 유력시된다. 크래프톤 또한 '배틀그라운드' IP의 견고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매출 3조원 돌파와 영업익 '1조 클럽' 사수가 예상된다.

◇ 실적 회복에도 남은 과제… 이용자 기반 흔들

업계 내부에서는 이러한 성과가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이용률은 50.2%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74.4%에 달했던 이용률이 불과 3년 만에 급락한 것이다. 이탈한 이용자 가운데 86.3%는 대체 여가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 숏폼 등 시청 중심 콘텐츠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몰입을 요구하는 게임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소비 패턴이 이동하면서 '오래 접속할수록 강해진다'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중심의 수익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위기감은 시장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국내 주요 상장 게임사 7곳의 시가총액은 최근 1년 새 약 4조원이 증발했다. 신작 성과의 불확실성과 주력 IP의 매출 둔화가 겹치며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결과로 풀이된다. 퍼블리싱 중심의 카카오게임즈는 5개 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되는 등 신작 부재와 기존 게임 매출 하향화의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펄어비스 역시 오는 3월 출시될 '붉은사막'의 흥행 여부에 따라 향후 실적 흐름과 생존 전략이 갈릴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게임사들은 올해를 '제로 베이스'에서의 재설계 시점으로 삼고 장르 다변화와 플랫폼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존 성공 공식을 반복하는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돌파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슈팅·액션·서브컬처 등 비(非)MMORPG 장르로 체질 개선에 나섰고, 넷마블은 모바일과 콘솔을 아우르는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올해 최대 야심작으로 내세웠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이용률 통계가 나오기 전부터 내부에서는 이미 체감이 있었다"며 "예전 방식으로는 더 이상 이용자가 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 지금 잘 벌고 있느냐보다 이 구조가 몇 년이나 더 갈 수 있느냐를 더 많이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