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산업을 아우르는 피지컬 AI (Physical AI·자율주행차나 로봇 등 물리적 형태가 있는 AI)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인공지능(AI) 이외에 로봇 개발·제작과 관련된 다른 부분에도 그만큼의 지원이 필요하다.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상황에서 첨단의 것만 신경 쓴다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강복현 다민로봇 대표는 피지컬 AI 산업 육성 방향을 이같이 제시했다. 강 대표는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로봇 개발 전문가다. 한양대 대학원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하고 삼성SDS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거쳐 국내 1세대 로봇 기업 유진로봇의 개발이사를 지냈다. 강 대표가 2019년 창업한 다민로봇은 병원·호텔·공장 등 물류 흐름이 많은 곳에 특화된 서비스 로봇을 제조·공급한다. 삼성서울병원에 회진 로봇과 방역 로봇 등을 납품했고, '로봇 왕국' 일본에도 진출했다.

강 대표를 최근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다민로봇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일본은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 장비 분야에서 여전히 앞서지만, 일상 환경에서 사용하는 서비스 로봇 분야의 준비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면서 한국의 로봇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객 요구에 맞춘 고부가가치 특화 제품에 집중하는 게 좋은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강복현 - 다민로봇 창업자 겸 대표, 한양대 전자공학 석사(로봇공학 전공), 전 삼성SDS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전 쿼터뷰 기술이사, 전 유진로봇 개발이사 /사진 이용성 기자

홈페이지의 '로봇을 통해 사람의 가치와 삶의 질을 높인다'는 문구가 인상 깊다.

"인간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로봇을 보고 접근하면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 또 제아무리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라 해도 인간을 대체하는 건 쉽지 않다고 본다. 인간 업무를 도와 가치를 높여주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로봇의 임무이고 나아갈 방향이다."

지난 20년 동안 로봇 개발자로 한 우물을 팠다. 로봇 개발에 대한 접근법이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 있나.

"예전에는 로봇 하나에 모든 기술을 집어넣으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로봇 한 대로 모든 걸 다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로봇은 '기술의 집약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가격이 비싸진다. 시장도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비싼 로봇을 자기 돈 주고 살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게 문제였다. 결국 일상의 필요에 맞게 로봇도 기능별 분화가 시작됐다. 2000년대 초반 청소 로봇 출시가 신호탄이었다."

다민로봇 창업 동기와 성과가 궁금하다.

"유진로봇에서 개발이사로 근무하던 중 '더욱 많은 사람이 잘 쓸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첫 단계로 병원과 호텔을 서비스 로봇 공급 타깃으로 잡았다. 가격과 기능, 구동 환경 등 몇 가지 이유로 가정용 서비스 로봇 공급이 아직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진도, 호텔 직원도 일손이 부족해 로봇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병원의 경우에는 창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기에 돌입하면서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람들이 로봇의 필요성을 더 잘 인지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스마트 병원'을 표방한 삼성서울병원에 납품할 수 있었다. 삼성서울병원과는 3~4년 같이하면서 회진 로봇과 방역 로봇 등을 공급했다. 지금은 관련 로봇 양산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호텔 쪽은 어땠나.

"일본에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등 네 개 언어로 안내를 담당하는 서비스 로봇 '클럭봇(ClerkBot)'을 공급했다. 일부 판매를 완료했고, 오사카 슈퍼호텔에서 실증 시험을 마쳤고, 일본 전역에 체인망을 보유한 슈퍼호텔을 기반으로 공급을 늘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

클럭봇 기능에 대해 좀 더 설명 부탁한다.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고객이 필요한 호텔 내 각종 정보도 제공한다. 전방과 후방에 각각 카메라가 달려 있다. 호텔 숙박객 움직임을 체크해 이들과 함께 이동하면서 다국어로 안내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 로봇 기업이 일본에 진출한 건 흔치 않은 성과다.

"일본 시장을 직접 공략해 한국산 로봇을 공급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다민로봇이 삼성서울병원에 로봇을 납품했다는 기사를 접한 일본 신세이코퍼레이션의 임범식 사장이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유센-알멕스에 우리(다민로봇)를 소개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 회사와 키오스크 장비 로봇화 작업을 함께 진행한 것이 일본 진출에 도움이 됐다."

유센-알멕스는 일본 정보기술(IT)·미디어 대기업 유넥스트(U-NEXT) 홀딩스 산하 시스템 통합(SI) 기업으로, 병원과 호텔 등에 키오스크 장비를 공급한다.

앞으로 피지컬 AI가 로봇 산업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는지.

"AI를 가장 잘 적용하고 실현할 수 있는 게 바로 로봇이다. 그래서 피지컬 AI는 '피지컬 로봇'의 다른 표현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걸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작동하는 로봇은 예전에도 있었다. 다만 AI와 그걸 기반으로 작동하는 휴머노이드의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을 뿐이다."

다민로봇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 같다.

"5년쯤 뒤에는 피지컬 AI 기반 서비스 로봇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돼 있을 것이다. 휴머노이드가 제품화돼 실생활에 투입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이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른 데다 공장에서 24시간 물류 로봇을 가동하면서 생성·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압축 성장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민로봇이 제작한 '소셜 & 방역 로봇'. 병원과 호텔등에서 고객 안내와 방역 작업 등을 수행한다. /사진 다민로봇

한·중·일 삼국의 로봇 산업 경쟁력,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은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 장비 분야에서 여전히 앞서 있다. 하지만 일상 환경에서 사용하는 서비스 로봇 분야 준비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 다민로봇이 일본에 서비스 로봇을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일본의 산업용 로봇 전문 기업 화낙은 공작기계에 들어가는 수치제어(NC) 장치에서 세계 점유율 1위다. 또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도 야스카와전기 등과 함께 세계 4대 강자로 손꼽힌다. 화낙은 엔비디아와 손잡고 산업용 로봇에 AI를 탑재하고 로봇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피지컬 AI 접목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12월 1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실제 로봇 동작을 가상 공장 환경에서 재현해 AI 학습 데이터 획득 및 생성, 시뮬레이션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가성비만 놓고 따지면 중국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은데.

"중국산을 배제하면 부품 수급이 어려운 실정이다. 서빙 로봇의 경우에는 중국에서 가져온 로봇에 소프트웨어 등을 장착해 파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의 로봇 경쟁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객 요구에 맞춘 고부가가치 특화 제품에 집중하는 게 좋은 전략일 듯하다. 물량이 많지 않겠지만, 아직 중국이 챙기지 못하는 시장이다."

한국이 피지컬 AI 시대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은.

"정부가 AI에 관심이 많다. 정책 지원을 받으려면 AI 또는 피지컬 AI라는 말이 꼭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다양한 산업을 아우르는 피지컬 AI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AI 이외에 로봇 개발·제작과 관련된 부분에도 그에 못지않은 지원이 필요하다.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상황에서 '첨단'만 좇는다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 부탁한다.

"AI 기반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통신이 원활하게 연결돼야 한다. 공장의 물류 로봇을 예로 들면 자동문, 엘리베이터 등 여러 시설과 통신 연결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공장마다 통신 환경이 다른 경우가 많다. 로봇이 엘리베이터 안에 얼마나 여유 공간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으려면센서 기술의 개선도 필요하다. AI와 휴머노이드만 있다고 피지컬 AI를 구현할 수 있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