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포털 '다음' 인수에 나섰다. 업스테이지는 지난 29일 "다음의 콘텐츠 데이터에 AI 기술을 적용해 차세대 플랫폼 전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음이 2014년 카카오와 합병한 지 11년 만에 해당 조직이 분리되는 것이다.

이번 거래가 인터넷 업계에 주는 상징적 의미는 크다. 포털 중심의 인터넷 산업 구조가 AI, 데이터 중심 구조로 이동하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AI 기업이 포털을 운영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업스테이지는 다음을 단순한 포털로 보기보다 AI 테스트베드로 재정의하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뉴스1

◇ 김성훈 대표, 95년 '까치네' 검색 엔진 이후 재도전

다음은 카카오가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 AXZ가 운영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은 업스테이지 측이 AXZ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카카오가 가진 AXZ 지분을 업스테이지에 넘기는 한편 업스테이지의 일정 지분을 카카오가 취득하는 것이다. 양측은 구체적인 지분율과 기업 가치 산정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업스테이지에 AXZ 지분 전량을 처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다음의 지분 가치를 2000억~3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업스테이지의 기업가치는 2조원에서 최대 4조원으로 거론된다. 지분만 교환할지, 일부 지분을 교환하고 매각 대금을 지불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대구대에 입학해 지난 1995년 컴퓨터응용연구실 소속으로 한글 로봇 검색 엔진 '까치네'를 개발했다. 1997년에는 이메일 서비스 '깨비메일'을 선보였다. 다음의 한메일이 등장했을 때와 같은 시기다. 김 대표는 2000년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주립대 산타크루즈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매사추세츠공과대(MIT) AI·컴퓨터과학 연구기관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친 후 2009년부터는 홍콩과기대(HKUST) 교수로 근무했다. 2017년 한국으로 돌아와 네이버 AI 개발 업무를 총괄했고, 2020년 업스테이지를 창업했다. 이번 다음 인수는 그에게 검색 포털 사업의 재도전인 셈이다.

다음은 1995년 이재웅 창업자가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세웠다. 무료 메일 서비스 한메일과 커뮤니티 서비스 다음 카페, 검색 서비스 등을 바탕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포털 업계 최강자였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당시만 해도 메신저 1위, 포털 2위의 결합으로 화제였다. 합병 당시 다음의 기업가치는 9885억원으로 평가됐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모바일 시대 격변 속에서 선택한 전략이다. 하지만 이는 다음 경쟁력을 회복시키지 못한 잘못된 만남이었다. 한때 40%에 육박했던 다음의 시장 점유율은 현재 2%대로 떨어졌다. 네이버, 구글, MS 빙에도 추월당했다. 지난해 9월 기준 AXZ의 자본금은 130억1만원이다. 결국 카카오는 다음을 성장 동력으로 다시 키우기보다 다른 주체에 넘겨 새로운 역할을 맡기는 선택을 한 것이다. 대신 회사의 핵심 서비스인 카카오톡과 AI 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 AI 솔루션 회사서 AI+플랫폼 회사로

업스테이지는 다음을 품에 안으면서 기술 뿐 아니라 포털, 플랫폼 사업까지 아우르게 된다. 현재 업스테이지는 대규모언어모델(LLM) 솔라를 개발해 사업을 확장 중이다. 기존 업스테이지의 사업모델은 고객사를 늘려 매출을 키우는 기업간거래(B2B) 구조였다. 다음은 검색, 뉴스, 콘텐츠, 커뮤니티가 쌓인 데이터와 트래픽이 있어 업스테이지가 이를 활용하면 AI 고도화와 수익화가 가능하다. 기업과 소비자간거래(B2C)까지 아우르게 되는 것이다. 업스테이지 측은 솔라를 다음 서비스와 결합해 차세대 AI 플랫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업스테이지 입장에서는 다음이 실험장 역할을 하면서 AI 상용화 속도도 높일 수 있다. 현재 업스테이지는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는 데 해당 경쟁에서도 다음을 활용해 시너지를 내려 한다.

업스테이지는 지난달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업스테이지의 AXZ 지분 취득은 상장 과정에서 이점이 된다. 기술이 좋다는 추상적인 평가에 데이터, 트래픽, 유통이라는 실질적인 근거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또한 AXZ 지분 취득만큼 커진다. 카카오 또한 업스테이지 지분을 가져가기 때문에 업스테이지 상장이 대박이 나면 회사의 투자 자산 가치도 오르게 된다.

다만, 두 회사는 이번 지분 인수를 발표하며 "협업을 통한 성장 기회 모색"을 강조했다. 단순한 지분 취득이 아닌 전략적 지분 취득이라는 이야기다. 업스테이지는 지분 취득으로 카카오와의 협력도 긍정적이다. 다음이 이미 카카오톡 계정과 연결된 게 많아 업스테이지는 금융, 모빌리티, 콘텐츠 등 카카오의 사업 영역에 제휴가 확장될 기회가 마련된다. 카카오의 기존 AI 모델 카나나 사업에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스테이지 측도 카나나와 관련해서는 넓은 관점에서 협업할 수 있지만, 이를 염두에 둔 결정은 아니라고 한다.

(AXZ 제공)

◇ "한번 2등으로 밀린 포털, 부활 쉽지 않아"

업스테이지를 만난 다음이 점유율 2%대의 굴욕을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스테이지 측은 "다음을 있는 그대로 운영하기보다는 AI를 적용해 지금과는 다른 성격의 서비스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다음이 포털 시장에서 부활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고 이야기한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보다 빨랐던 포털 '까치네'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김성훈 대표가 검색 포털에 미련이 남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뒤늦게 성공한 애인이 옛 애인을 찾아 결혼하는 것과 비슷해 쉽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한번 1등을 했다가 2등으로 밀린 서비스가 다시 1등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AI 산업이 극초기라 여러 시도를 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카카오와 다음, 엠파스와 싸이월드의 만남을 생각하면 역사적으로도 2등 이하로 밀려난 포털을 인수해 성공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했을 당시 PC와 모바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시너지는 전혀 없었다"며 "같은 논리로 AI와 검색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모습인데 이번에도 역시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검색도 플랫폼으로서 독과점적 성격이 있어야 경쟁력이 있지만, 이미 다음 점유율은 의미 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