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주력 사업 영역에서 글로벌 사우스(인도·중동·중남미·아프리카 등 신흥국 시장) 매출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구독·플랫폼 등 신사업 모델 성장과 전장·냉난방공조를 중심으로 한 B2B 사업 비중 확대로 실적 반등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TV 사업 부진과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역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질적 성장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의 모습./뉴스1

LG전자는 30일 열린 2025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수요 회복 지연, 관세 영향과 부품 원가 인상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주력 사업에서는 글로벌 사우스 전략을 통해 매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고, 구독·플랫폼 등 신사업 모델과 전장·냉난방공조 등 B2B 사업 비중을 확대해 질적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23조8522억원, 영업손실 1090억원을 기록하며 2016년 4분기 이후 9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회사 측은 TV 사업을 포함한 디스플레이 기반 제품군에서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케팅 비용 부담이 확대된 점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하반기 희망퇴직에 따른 비경상 비용도 반영됐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89조2009억원, 영업이익 2조4784억원을 기록했다.

사업본부별로 보면 HS(생활가전)사업본부는 4분기 매출 6조2543억원, 영업손실 1711억원을 기록했다. MS(TV·미디어)사업본부는 매출 5조4301억원, 영업손실 2615억원으로 수요 부진과 판가 하락 영향을 받았다. 반면 VS(전장)사업본부는 매출 2조7964억원, 영업이익 1581억원으로 수주잔고의 원활한 매출 전환 효과를 봤다.

연간 기준으로는 HS사업본부가 매출 26조1259억원, 영업이익 1조2793억원을 기록했고, MS사업본부는 매출 19조4263억원, 영업손실 750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VS사업본부는 매출 11조1357억원, 영업이익 559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LG전자는 올해도 TV 사업 실적 개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측은 2026년 TV 시장에 대해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등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로 수요 개선 기대는 있지만,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일부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부정적 수요 요인도 상존한다"며 "시장 수요는 전년 대비 소폭 성장하거나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내 흑자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쟁 환경과 원가 변수 등을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TV를 포함한 일부 제품군의 원가 부담 요인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환경도 거론됐다. LG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제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며, 메모리 비중이 높은 제품군을 중심으로 원가 부담과 판가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주요 메모리 협력사와의 협력을 통해 물량 확보와 공급망 안정화에 나서는 한편, 일부 판가 조정과 추가적인 원가 절감, 프리미엄 중심의 포트폴리오 운영으로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HS사업본부와 관련해서는 관세와 공급망 리스크 대응 차원의 북미 역내 생산 전략이 언급됐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멕시코 멕시칼리 생산지를 추가 운영하며 북미 시장에 대해 미국 테네시, 멕시코 몬테레이를 포함한 3개 생산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며 "생산지의 생산성 개선을 통한 공급 생산능력(CAPA) 극대화로 공급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생산지 추가 운영과 기존 생산지 생산성 개선을 통해 올해 역내 공급 비중을 60%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가전 구독 사업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LG전자는 "국내에서 가전 시장 경쟁이 구독을 중심으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대형 가전 구독의 지속적인 확장과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며 "이에 구독 사업 매출이 2조원을 돌파하며 확고한 시장 지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말레이시아와 태국을 비롯해 기존 법인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만과 싱가포르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전년 대비 40%가 넘는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AI 관련 B2B 사업도 중장기 성장 축으로 제시됐다. LG전자는 "지난해 칠러 사업은 전반적으로 어려운 한 해였지만, 데이터센터 관련 수주 실적은 전년 대비 3배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올해는 본격적인 수주 확대와 이미 확보된 해외 지역 데이터센터 칠러 공급을 통해 상당한 수주 및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 LG' 역량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을 강화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사업을 포함한 칠러 사업 전체 매출 2027년 1조원 목표도 순항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LG전자는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기업 신용등급을 기존 'Baa2'에서 'Baa1'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받았다. 회사 측은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과 안정적인 재무 관리 역량이 시장에서 평가받은 결과"라며, 이번 신용등급 상향이 향후 사업 운영과 투자 여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