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에현 요카이치에 있는 키옥시아 제조공장(팹7)./키옥시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세계 낸드플래시 4강으로 꼽히는 마이크론과 키옥시아가 최근 공격적인 설비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키옥시아의 경우 올해 낸드플래시 생산량 확대에 나설 예정이며, 마이크론은 최근 싱가포르 생산기지 클린룸 면적을 70만 평방피트(약 6만 5000㎡) 확장하는 10년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중국 YMTC도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면서 공급업체들의 생산 능력이 확대되는 추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 키옥시아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가 인공지능(AI) 수요가 끝난 이후 다운턴(비수기) 시기에 낸드 수익성 악화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은 AI 인프라 확장으로 대용량·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이를 뒷받침할 고밀도 낸드 생산 능력이 절실하지만, 수급이 맞춰지기 시작한 이후 전방위적인 공급 과잉이 초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 키옥시아의 경우 메모리 수퍼사이클에서 낸드 사업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 설비 투입을 늘리는 추세다. 키옥시아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달리 D램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낸드 증설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구조다. 키옥시아의 와타나베 도모하루 부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시장이 앞으로도 빠른 확장 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늘어나는 수요를 차질 없이 맞추기 위해 매달 새 공장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키옥시아는 이와테현에 있는 기타카미 플래시 메모리 공장의 두 번째 생산시설(팹)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이 시설을 통해 올해 상반기부터 최첨단 메모리 칩을 양산해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기타카미 공장과 함께 미에현 욧카이치에 있는 주력 생산기지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생산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마이크론의 새 낸드 공장은 오는 2028년 가동할 전망이다. 이번에 발표한 신규 공장은 지난해 발표한 70억달러(약 10조원) 규모 HBM(고대역폭메모리) 패키징 단지 바로 옆에 들어설 예정이다. 마이크론은 미국 뉴욕주 클레이에도 장기 프로젝트로 싱가포르의 4배 규모인 1000억달러(약 143조6000억원)를 투자해 4개 공장을 짓고 있다.

세계 메모리 시장 1위 삼성전자의 경우 낸드 생산량 증산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며, SK하이닉스도 낸드보다는 D램,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설비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이는 AI 데이터센터용 SSD에 탑재되는 낸드 중심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반면 키옥시아는 올해 전년(471만장)보다 생산량을 482만장 규모로 끌어올려 'AI 특수'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적극적인 낸드 증산에 나서지 않는 중요한 배경으로 단기적으로는 이득지만, 중장기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과거 선례를 봤을때 당장은 낸드 시황이 좋아도 공급 업체가 많고 중국산 낸드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다"며 "추후 시황이 꺾인 이후 불황기엔 대규모 손실이 될 리스크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키옥시아와 마이크론 등 주요 낸드 업체의 설비투자 확대는 AI 인프라 수요 증가, 시장 가격 회복 기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전환이라는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AI 메모리로 낸드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깔려있지만 공급 과잉 국면에서는 가격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